'건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23 마음이 답답한 당신-숲으로 가라
  2. 2008.12.12 메롱하면 건강이 보인다
바야흐로 짝짓기의 계절인 봄이 왔다.

짐승들은 짝을 찾아 헤매고 식물은 꽃을 피운다. 벌써 양지바른 산등성이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가 한창이고 성급한 진달래도 얼굴을 내밀어 곳곳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다.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식물들이 굳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곤충에게 보내는 말 없는 호소이다. 식물은 색깔로 모양으로 곤충과 대화한다. “내 화려한 꽃을 보세요. 꽃가루가 많답니다. 어서 오셔서 맘껏 드세요.” 대신 곤충은 꽃의 수분을 도와준다.

꽃에 이끌리는 것은 곤충만이 아니다. 봄이 오면 사람들도 꽃구경을 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가꾸어진 화단보다도 숲을 더 좋아한다.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꽃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거진 숲에 가면 사방이 죽은 듯 조용하다. 이것을 고요라고 한다. 곧 상쾌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숲이 좋은 이유는 숲에는 생명이 있고, 숲 그 자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숲의 주인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 나무는 숲의 주인이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나무도 주위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식물이나 곤충들과 대화를 나눌 일도 있다. 식물은 색깔과 모양 그리고 화학물질로 곤충과 대화한다. “난 아직 익지 않았으니까 손대지 않은 게 좋을 거야!” “나에겐 독이 있는 걸!” 이렇게 대화를 하기 위해 내 놓는 화학물질을 페로몬이라고 부른다.


식물과 주변 생물들의 대화가 언제나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말이 잘 안 통하는 녀석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식물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식물을 병들게 한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가 그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이들을 물리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피톤사이드(Phytoncide).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Phyton’과 ‘죽인다’는 뜻의 ‘-Cid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서 ‘식물항균제’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신문 기사에서는 ‘피톤치드’라고도 한다.)


피톤사이드는 어떤 특정한 분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는 페놀 화합물, 알칼로이드, 당분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페로몬과 마찬가지로 테르펜(Terpene)이라는 화합물 종류가 주요 성분이다. 테르펜은 C5H8을 기본단위로 하는 탄화수소로서 대분분의 식물향, 색소, 수지, 고무가 여기에 속한다.

피톤사이드는 말 그대로 포도알균, 사슬균, 디프테리아 따위의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햇빛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 미생물들도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각종 동물의 시체와 배설물로 역겨운 냄새가 나야 할 숲에서 오히려 상쾌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살아 있는 숲이 배출하는 피톤사이드 때문이다. 피톤사이드는 냄새의 원인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피톤사이드는 미생물은 죽이지만 동물과 인간들에게는 매우 유익하다. 삼림욕을 할 때 느끼게 되는 향긋한 냄새는 피톤사이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공기 속으로 휘발하면서 나는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긴장을 주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약이나 음식으로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삼림욕은 스트레스의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테르펜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의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또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갖고 있다. 따라서 수목의 생육이 왕성한 초여름부터 가을사이에 깊은 숲 안쪽에서 숲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삼림욕은 우리의 심신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열대 지방의 음식에는 여러 가지 향신료가 쓰인다. 이는 맛과 향을 내는 작용뿐만 아니라 덮고 습한 지역에서 활발하게 번식하는 여러 가지 미생물을 죽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숲에서 나는 향기에 관심이 많았다. 동의보감에는 소나무가 ‘허리를 치료하고 기의 부족을 채우며 특히 솔잎은 오장을 편하게 해준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피톤사이드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한 데, 특히 한국산 침엽수인 편백(Chamaecyparis obtusa)의 미생물 억제효과에 관심이 높다.

산림욕과 피톤사이드의 효능이 알려진 후 이것을 이용한 치약, 샴푸, 방향제 심지어 생리대와 기저귀도 개발되었다. 자연 현상을 생활에 응용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톤사이드 산업이 숲을 대신할 수는 없다. 숲이 파괴되면 미생물들이 창궐하게 될 것이다. 중국 광동성에서 창궐했던 사스(SARS)도 숲이 황폐화된 결과가 아닐까라는 물음은 과연 과학자들의 막연한 지레짐작일 뿐일까? (글 : 이정모-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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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혈색이 영 좋지 않은데 무슨 고민이 있나?”
“영 소화도 안 되고, 밥 먹기가 힘드네요.”
“저런, 얼마나 된 거지? 많이 여위었네.”
“한 일주일은 된 거 같아요.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어이쿠, 일주일이나! 혀 좀 봐야겠네. 입 벌리고 혀 좀 내밀어 봐.”
“아니, 과장님. 소화가 안 된다는데 왜 혀를 보자는 겁니까?”

이과장은 혀를 끌끌 찼다.

“김대리, 알고 봤더니 헛똑똑이군. 혀는 소화기관의 거울 같은 존재야. 혀를 보면 몸이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단 말이네.”
“네? 혀를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고요?”
“그래, 내가 이제부터 김대리에게 혀 보는 방법을 알려주지. 혀 건강만 잘 관리해도 큰 병을 피할 수 있으니 잘 들어두라고.”

이과장은 ‘메롱’하고 김대리에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건강한 혀는 이렇게 핑크색이지. 혀의 색깔이 너무 붉거나 창백하면 정상이 아니야. 혀가 선홍색을 띠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이제 거울로 자네 혀를 한번 살펴보게. 어떤지 말이야.”

“네, 혀의 색깔을 확인하면 되는 거군요. 제 혀는 과장님 혀에 비하면 하얀 이끼가 상당히 많네요. 가장자리도 울퉁불퉁하고 영 모양이 예쁘질 않네요.”

“혀 윗면에 끼는 회백색 이끼를 설태라고 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어. 설태는 입 안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와 백혈구, 혈액의 대사산물, 음식물 찌꺼기가 주름 사이에 침착되어 생긴다네. 설태가 두꺼워진다면 위 등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색이 노래진다면 몸에 열이 많아져 변비나 간 질환이 생긴 걸 의심해 볼 수 있어.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검은색 설태가 나타나기도 한다네.”

김대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설태를 깨끗이 제거하는 게 좋겠군요.”

“그렇지는 않다네. 어느 정도의 설태는 정상적인 구강 기능을 위해 필요해. 하얀색 설태가 고르게 덮여 있어야만 건강한 상태야. 혀의 표면에 있는 유두가 혈액 부족 때문에 위축되면서 염증을 일으켜 붉어진다네. 즉, 빈혈일 때 설태가 없어지는 거지. 급성 전염병이나 폐렴, 열이 높을 때도 혀가 벌겋고 설태가 없어지지. 설태가 없는 벌건 혀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일 때도 나타나고, 비타민 결핍이나 만성 간염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야.”

“많아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된다. 설태 관리하기가 참 어렵겠네요. 참, 혀의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한 건 괜찮나요? 전 원래 이렇게 생긴 거 같기도 하고…”

이과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그렇게 생기긴. 혀 주변에 이 자국이 난 것처럼 울퉁불퉁해지는 건 소화기가 나쁘기 때문이야. 뱃속에서 소리가 나거나 설사를 하거나 속이 매스꺼울 때 혀를 쭉 내밀어 보게. 분명히 혀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해져 있을 테니.”

이과장은 어리둥절해하며 거울을 보는 김대리에게 몇 가지를 더 알려 주었다. 혀를 살필 때는 색깔뿐 아니라 혀의 굳기나 가시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 혀가 둔하거나 무겁게 느껴진다면 신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혀 아래에 있는 혈관이 부풀어 있다면 심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김대리는 혀를 내밀어 거울에 비춰보면서 새삼 이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태가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된다니 혀를 어떻게 관리할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이과장은 김대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자세하게 혀의 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김대리는 덕분에 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혀에는 10만 개에서 100만 개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종류만도 500개가 넘는다. 그중에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긴기발리스, 로프시덴시스, 인터미디아, 렉터스 같은 고약한 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균들 때문에 생기는 충치나 잇몸병은 입안에서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치주질환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런 병에 걸리면 치주질환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또 이런 세균이 있는 여성의 잇몸 뼈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뼈 소실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설태를 계속 방치해두면 구강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 냄새의 주범 중 하나도 혀에 있다.

다행인 것은 혀를 잘 닦아주기만 해도 세균이 29%까지 줄어든다는 것. 또 혀를 닦으면 입 냄새 고민도 줄어든다. 입 냄새의 주범은 휘발성 황화합물(VSC)인데, 혀와 잇몸 부위에 주로 존재한다. 칫솔질만 할 때는 25%만 없어지지만, 혀를 같이 닦아주면 75%까지 없어진다. 설태가 많이 쌓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지기 때문에 혀를 닦아주면 미각도 살아난다.

이과장은 김 대리에게 혀 닦기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한 뒤, 이렇게 매듭을 지었다.

“혀를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혀가 싫어하는 담배와 술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일이라네. 치약이 좋다지만, 우리 몸에서 혀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어. 바로 침이지. 적절한 식사와 수분 섭취가 침의 분비를 도와 결국 혀를 건강하게 해주는 거라네.”

김대리는 이과장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김대리는 혀에도 암이 생길 수 있으며, 설암이 치료도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져 ‘혀 건조증’이 생기는데 요즘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 맛이 변했다 싶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어머니한테 물을 더 많이 드시면 한결 나아질 거라고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입속에 항상 갇혀 있어 잘 몰랐던 혀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날이었다. 혀가 헐거나 딱딱해지지 않는지, 항상 선홍색에 적당한 양의 설태가 끼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보살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제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가서 혀를 쭉 내밀어 보겠습니다. 혀를 보기만 해도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요. 하하. 이과장님. 그런데 이제부턴 혀과장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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