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를 절멸시킬 뻔 한 항아리곰팡이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나 도룡뇽 등 양서류는 생태계의 중간고리이자 어떤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지표생물이다. 양서류가 멸종되면 생태계가 교란돼 결국 인간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2011년 4월 기준으로 지구상의 양서류 6,600여 종 중 약 1/3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200종은 최근 몇십 년 만에 사라져버렸다. 공식적으로도 양서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져가는 동물 분류군이다. 특히 최근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의 상황은 심각해서 양서류 자체가 전멸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양서류의 급격한 감소는 지구온난화나 환경변화 등의 원인이 있지만 외래생물에 의한 질병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계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단 하나의 외래종 때문에 멸종해버린 사례가 많다. 굳이 인간이 멸종시킨 수많은 생물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단 한 마리의 고양이 때문에 50여 종의 새가 모조리 사라진 섬이 있는가 하면, 토종생태계를 말 그대로 초토화할 기세인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의 사례도 있다. 양서류를 급감시킨 외래생물을 꼽자면 대표적으로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가 있다. 


[그림 1] 항아리곰팡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a는 홀씨주머니, b는 스스로 헤엄쳐 돌아다닐 수 있는 홀씨. 사진 출처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항아리곰팡이는 1993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양서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생물이다. 이 곰팡이로 인해 호주의 토종 청개구리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으며 곧 남미와 북중미로 전파됐다. 파나마에서는 토착 희귀종인 황금개구리를 10년 만에 멸종시켜버렸다. 남미에서는 한 연구원이 자신의 손 안에서 죽어가는 마지막 개구리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는 일화도 있다. 2006년 12월에는 일본에서 애완용 개구리가 감염된 것이 확인돼 그동안 안전했던 아시아 전역을 바짝 긴장시켰다.

항아리곰팡이는 이름 그대로 홀씨를 담은 포자가 항아리모양으로 생긴 곰팡이다.이 곰팡이는 양서류의 피부에 기생해 케라틴을 먹고 산다. 케라틴은 동물의 피부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며 안쪽의 세포들을 보호하는 조직이다.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에게 케라틴이 없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결국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는 90% 이상이 질식사하고 만다. 

이런 치사율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전염력도 엄청나다. 연구에 따르면 1993년 첫 발생 후 2004년까지 한 해에 28km 정도씩 전염돼 퍼져나갔다고 한다. 곰팡이의 홀씨는 양서류의 생활 터전인 물속을 헤엄쳐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숙주 없이도 3주 정도는 너끈히 살아남는다. 때문에 감염된 개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양서류들이 모조리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러잖아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황소개구리가 이 곰팡이에 저항성을 지녀서 운반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항아리곰팡이는 다른 질병보다 전파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쯤 되면 야생 환경에서는 항아리곰팡이 근절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항아리곰팡이의 엄청난 치사율과 전염력 탓에 과학자들은 양서류가 조만간 절멸할지도 모른다며 양서류 종을 보존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동물보호단체들은 2008년부터 ‘양서류 방주’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아의 방주처럼 양서류 표본개체들을 수집해 병의 유행이 끝날 때까지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2010년 12월, 다행스럽게도 양서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공식 발표됐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호주와 북남미에서 이 곰팡이로 멸종위기에 몰렸던 종들이 항아리곰팡이에 강한 저항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의 초록눈청개구리는 피부의 항균단백질이 많아지면서 개체수가 항아리곰팡이 유행 이전 수준으로 증가했을 정도다. 절멸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 기적의 원동력은 바로 양서류 자신이었다. 양서류의 짧은 세대간격 덕분에 20년이라는 단시간에 저항성을 갖춘 개체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기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 셈이다. 

항아리곰팡이에 얽힌 일련의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1930년대 아프리카 재래종인 발톱개구리가 실험동물로 세계 각지로 퍼지면서 이 개구리에 기생하던 아프리카 항아리곰팡이가 변이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종이 토착 양서류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것이다. 정작 항아리곰팡이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양서류는 별 피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외래종이 생태계에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단 하나의 외래종이 뒤흔들 수도 있을 만큼 연약해 보이는 생태계지만 한편으로는 어지간한 충격은 버틸 수 있을 만큼 내구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20년간의 시련 끝에 양서류들은 환경 적응력을 통해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냈다. 무기력하게 외래종에 시달리면서 사라진 생물들도 많지만 난관을 극복하고 더 강인하게 환경에 적응한 사례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지구상 생물의 95%가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과 같은 사건을 다섯 번이나 거치고도 지구는 생명으로 가득한 행성으로 남아있다. 생태계는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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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년께 이탈리아 볼로냐대 해부학과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1737~1798)는 병약한 아내 루치아에게 개구리 수프를 먹도록 권했다. 당시에는 개구리 뒷다리로 만든 수프가 몸이 아픈 사람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루치아는 수프를 만들기 위해 개구리의 껍질을 벗기고 금속 접시에 가지런히 놓았다. 옆에서는 남편의 제자들이 마찰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거나 금속의 정전기유도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모으는 장치인 기전기를 작동하며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루치아는 개구리의 뒷다리가 접시 안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놀란 그녀는 이 광경을 계속 지켜보았고 기전기가 불꽃을 만들어낼 때만 개구리 다리가 흠칫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루치아는 갈바니의 대학 은사인 갈레아치 교수의 딸이었고 과학자의 아내였던 까닭에 남다른 식견을 가졌던 듯하다.

집으로 돌아온 갈바니는 아내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몹시 흥분했다. 갈바니는 곧장 이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갈바니는 조수와 함께 개구리의 몸통 여기저기에 기전기로부터 나오는 불꽃을 가져다 댔다. 매번 결과는 같았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불꽃이 기전기로부터 나오는 순간 개구리의 뒷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이 같은 관찰을 계기로 갈바니는 개구리 뒷다리에 대한 실험을 계속했다. 그는 집 발코니의 철재 난간에 개구리를 매달아 놓을 때도 뒷다리 근육이 수축한다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번개가 치거나 검은 구름이 몰려올 때는 더 빈번하게 경련이 일어났다.

갈바니는 개구리의 뒷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는 이유를 ‘대기전기’가 흘렀기 때문으로 보았다. 대기의 기체는 이온화돼 있어 항상 전류가 흐르고 있다. 하늘에서 땅으로 번개가 치는 것도 대기전기의 한 예다. 하지만 그는 대기전기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닌 것 같아 실험장소를 실내로 옮겼다.

역시나 개구리의 뒷다리는 경련을 일으켰다. 이번 경련은 개구리 뒷다리가 놓여 있는 둥근 철판에 철사를 접촉시켰을 때 발생했다. 대기 중에 불꽃이 생기거나 번개가 치지 않을 때도 개구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따라서 대기전기가 경련의 원인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개구리 뒷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는 진짜 이유는 뭘까?

갈바니는 개구리 자체에서 전기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개구리 뒷다리의 경련은 동물의 신경과 근육에 존재하는 음전하와 양전하의 작용에 의해 전류가 흐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1794년 익명으로 ‘근육 수축에 있어 전도체의 사용과 그 역할’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갈바니는 “개구리의 신경을 다른 개구리의 근육으로 건드렸을 때 금속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도 근육의 수축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동물 자체에서 나오는 일종의 유체인 새로운 종류의 전기인 ‘동물전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쉽게도 갈바니가 생체기관에 전기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은 옳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생체에 존재하는 전기는 아니었다. 이를 규명한 사람은 당시 이탈리아 파비아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알레산드로 볼타(1745~1827)였다.

1796년 볼타는 재질이 서로 다른 동전을 혀의 아래 위에 놓고 철사로 연결하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혀 대신 소금물을 적신 판지를 끼웠을 때도 전류가 흐르는 것을 목격했다. 이로써 볼타는 “전류가 동물의 생체조직이 아니라 금속과 습기에서 유래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갈바니가 목격한 전기는 개구리에게 원래 있던 ‘동물전기’가 아니라 개구리가 놓인 금속 접시와 여기에 접촉한 다른 금속 사이에 발생한 ‘금속전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리를 응용해 1800년 볼타는 세계 최초로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볼타파일(볼타전지)’을 발명했다. 볼타파일은 얇은 은판과 아연판, 소금물에 적신 판지를 겹겹이 쌓아 만든 것이다. 이 기둥의 아래 위에 서로 다른 금속이 오게 한 다음, 전선을 연결하면 전류가 흐른다.

갈바니는 ‘개구리의 춤 선생’이란 조롱을 받으며 동물전기 이론이 부정되는 현실에 직면했고 아내마저 저세상으로 떠났다. 또 나폴레옹이 북이탈리아를 침공해 세운 치살피나공화국에 충성맹세를 하지 않자 볼로냐대에서 교수직까지 잃어 궁핍한 노년을 보냈다. 그럼에도 갈바니는 평생 동물전기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반면 볼타는 볼타파일을 만든 업적으로 1794년 영국 왕립학회에서 코플리상을 받았다. 1801년에는 나폴레옹의 초청으로 파리 학사원에서 볼타파일을 시연했고 백작위를 수여받았다. 또 볼타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탔다.

두 사람에 대한 당대의 평가는 대조적이었으나 두 사람은 부분적으로 옳았고 부분적으로 틀렸다. 갈바니의 주장대로 근육수축이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은 옳았으나 이것을 ‘동물전기’라고 한 것은 틀렸다. 또 볼타가 ‘동물전기’를 부정한 것은 옳지만 모든 전기․생리학적인 효과에 서로 다른 금속이 전류원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은 틀렸다.

1881년 전압의 단위로 ‘볼트(V)’가 통용되면서 갈바니의 업적은 줄곧 가려지는 듯했다. 그러나 죽은 개구리의 심장에 전류를 흐르게 하자 심장 근육의 수축이 일어났다는 갈바니의 관찰 기록은 오늘날 전기 충격으로 심장박동을 회복시키는 응급처치법과, 심장 리듬의 문제를 감지해 심장이 규칙적이고 제시간에 박동할 수 있도록 전기자극을 보내는 장치인 심장박동기의 개발로 이어져 수많은 사람의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고 있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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