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갑상샘암?! 그러나 암은 암이다

사람 중에는 착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암에도 착한 암이 있고, 나쁜 암이 있다고 한다. 암이면 다 나쁜 암이지, 무슨 착한 암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보통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가능성이 높은 암을 착한 암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착한 암으로는 갑상샘암이 꼽히는데, 최근 들어 이 갑상샘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좀 불편하다. 갑상샘암에 대한 과잉 진료 때문이라는데, 갑상샘암 환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혼란의 발단은 암 전문의 8인으로 구성된 ‘갑상샘암 과다진단 저지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현재 국내 의료계의 갑상샘암 검진과 이에 따른 진단 행위가 과다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관련 학회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은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최근 사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라도 의사연대와 갑상샘암 관련 학회의 입장은 무엇인지, 그리고 보건당국의 의견은 어떤 것인지 최근 갑상샘암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그림1. 갑상선(갑상샘) 위치 및 구조. 출처: 국립암센터



■ 국내 여성 발병률 평균치보다 10배 높아

갑상샘은 열에너지 대사 및 영양 대사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는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기능이 떨어지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졸리며, 두통이 생기며, 집중력이 저하된다. 또한 추위를 더 많이 느끼면서도, 소화는 잘되지 않아 구역질이나 변비와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갑상샘암을 수술할 경우 갑상샘을 통째로 떼어내는 게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어쩔 수 없이 평생을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해야만 한다.

갑상샘암은 다른 암보다 공격성은 덜하지만, 이처럼 한번 걸리면 평생 고생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고통스러운 질병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암 발생 순위를 살펴보면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바로 갑상샘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의 경우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만큼 갑상샘암 발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과 미국의 경우는 각각 9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갑상샘암 발생이 가장 적은 나라인 영국의 경우는 아예 남녀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그림2. 갑상선암 발생 및 사망별 국제 비교. 출처: 국립암센터

지난 2010년에 발표한 국제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갑상샘암 발생률이 59.5명으로 세계 평균 수치인 4.7명에 비해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의 경우도 10.9명으로서 세계 평균인 1.5명에 비해 7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빈번한 초음파 검사가 갑상샘암 증가의 원인

그렇다면 왜 우리 국민만 유독 갑상샘암 발생이 많은 것일까? 식습관이나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의사연대의 관계자는 갑상샘암 진단 시 사용하는 초음파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연대의 주장에 따르면 아직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치료가 불필요한 갑상샘암 환자까지 의료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연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샘암 초음파 검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의사연대는 국내 갑상샘암 환자는 증가했지만,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3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가 갑상샘암 증가의 대부분이 과도한 건강 검진에 의한 과다 진단이 이유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 학회도 이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학회 관계자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샘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제하면서 “그 이유는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샘종양의 진단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1cm 이하의 작은 갑상샘암이 조기 진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림3. 주요 암 연도별 발생 추이. 출처: 국립암센터


특히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샘암이 더 급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으로 인해 외국보다 훨씬 저렴해진 의료비 덕분”이라고 단정하면서 “병원을 방문해도 큰돈이 들어가지 않으니, 수시로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진단 결과가 나온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의 논쟁에 대해 보건당국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최근 일고 있는 논란의 종식을 위해 최근 ‘갑상샘암 진단에 따른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초안의 골자는 갑상샘암 증상이 없으면 초음파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고객이 갑상샘암 검진을 원한다면, 검진에 따른 장·단점을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검진을 실시하라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추가됐다.

이 같은 보건당국의 의견에 대해 대다수 갑상샘암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으면 검진하지 말라는 국립암센터의 권고는 별다른 질병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갑상샘암을 앓게 될 고위험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들은 “갑상샘암도 역시 위험한 암인 점은 분명하다”고 언급하며 “지난 1년 동안만 해도 340여 명이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만큼, 갑상샘암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양측의 의견 및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어느 쪽 의견이 옳은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이처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때는 과학적 분석에 따른 기준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여기서의 과학적 분석에 따른 기준이란 세계 갑상샘 질환 관련 학회가 제정한 국제 갑상샘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이 국제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 학자들이 경험하고 연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많은 연구 논문들을 검토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공표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0.6~1㎝ 크기의 갑상샘암은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추적 관찰보다 수술을 권유하고 있고, 1㎝ 이상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다만 0.5㎝ 이하라면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세포검사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갑상샘학회 관계자는 “암은 다른 질병보다 의외성이 많고, 크기가 작아도 전이가 생길 수 있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하며, “따라서 수술과 같은 치료를 결정할 때에는 환자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전문의와 충분히 논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TIP) 갑상선? 갑상샘?
갑상선과 갑상샘은 같은 신체기관이다. 갑상선(甲狀腺)이라는 한자를 더 많이 쓰고 있지만, 최근에는 우리말로 바꿔 갑상샘이라고 사용하길 권장하고 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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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요오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거기가면 요오드 처방받을 수 있나요?”
“병원에 요오드 좀 가지고 있는 거 있지요?”
“원장님은 요오드 챙겨놓으셨나요? 있으시면 저도 좀 주세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국내의 병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와 같은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유출이 2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제논(Xe)에 이어 방사성 요오드(I)까지 검출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중 인체에 해로운 대표 방사성 물질은 20종 정도. 원전이 폭발할 때 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80% 정도는 제논(Xe)과 크립톤(Kr)이다. 하지만 두 물질은 기체이기 때문에 금세 흩어져 인체 피해가 적다. 때문에 현재 가장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알려진 물질은 요오드-131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3월 2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곳에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KINS 측은 12곳 모두 검출된 양이 극미량이어서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감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을 직접 접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의 요오드 처방 요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0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당시 치료제였던 타미플루를 무조건 처방해 달라는 요구와 똑같다.


그림 요오드화칼륨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요오드를 찾는 것일까?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요오드 성분이 갑상샘으로 미리 들어가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갑상샘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요오드-131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갑상샘에 저장돼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반응성이 좋아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년 뒤 갑상샘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례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 있었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음식과 우유를 섭취한 사람들에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산모의 태아, 소아가 특히 위험했다. 반면 20세 이상 성인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갑상샘에 들어가지 못한 방사성 요오드는 오줌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직접 흡입하기 24시간 전에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갑상샘에 요오드의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를 직접 흡입한 뒤에라도 최소 15분 안에 요오드화칼륨을 투여하면 90% 이상, 6시간 내 투여하면 50% 정도의 방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면 좋은 요오드 일일 최적 섭취량은 0.15mg, 최대 3mg이다. 1세 미만의 유아는 65mg/일로 복용한다. 하지만 피폭 시에는 요오드 복용량을 130mg/일로 늘리고 최대 10일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 노출도 없는데 요오드화칼륨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두드러기, 침샘의 염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생기는 병으로,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활발해져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저하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다. 몸속의 물질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요오드-131은 자연상태의 일반 요오드, 즉 요오드-127의 동위원소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핵분열 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양자수)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8.05일로 비교적 짧다. 반감기란 방사성 핵종(核種)의 원자 수가 방사성이 붕괴되면서 원래 숫자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반감기가 짧을수록 방사성을 빨리 잃게 된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비해 요오드화칼륨정을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서울대병원 등 21개의 방사선 비상 진료지정 의료기관과 방사선보건연구원에서 13만 명분의 양을 보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되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한다.

미국의 전문학회들은 현 단계에서 요오드화칼륨을 구입하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복용할 필요도 전혀 없다. 안지현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리적 거리가 다르다”면서 “일본 원전 사고의 수습 진행 상황, 풍향과 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요오드 복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요오드를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요오드 함량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요오드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다시마,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굴 등의 어패류가 있다. 이 외에도 우유, 달걀노른자, 브로콜리, 감자, 바나나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 식품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방사선 요오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소 요오드 일일 섭취량(0.15㎎)을 먹는 정도다. 방사능 피폭 시 복용하는 요오드화칼륨정은 요오드화칼륨 130㎎(요오드 121.5㎎)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주원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혹시라도 일본에 갈 일이 생겨 방사능에 노출될 것이 걱정된다면 요오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인 다시마, 미역, 김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약의 요오드 함유량은 성인 1일 기준량의 몇백 배에 해당하므로 음식으로 먹어서는 큰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요오드 함유 건강보조식품도 마찬가지다. 대개 이들 제품의 요오드 함유량은 0.075㎎~0.12㎎ 정도로 일일 섭취량에 못 미치는 양이다. 하지만 임신부는 조심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은 영양보조제로 팔리고 있어서 처방약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적정 복용량 및 성분 등에 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예방 차원에서 임신부가 섭취하는 요오드 영양보조제가 오히려 태아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면서 “미량의 방사능 노출과 태아의 기형아 발생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전사고 보다 심한 문제를 일으켰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자로(nuclear reactor)가 파괴되고 방사능물질이 주변에 확산돼 당시 정부에서 임신중절을 권했었다. 하지만 기형아의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일본 방사능 노출 정도가 우리나라 임신부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보건국은 예방책으로 요오드화칼륨을 복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바 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공포감이다. 방사선 요오드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대처하는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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