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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2 비슷하지만 다른 감기와 냉방병
  2. 2012.12.03 독감은 ‘독한 감기’와 다르다?
비슷하지만 다른 감기와 냉방병

 

태연과 아빠 엄마, 오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름 하여 뱅크피서를 위해서다. 하루 종일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책도 보고 옥수수도 뜯으며 더위를 피하는 뱅크피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강 넉살을 가진 아빠는, 몹시 염치없는 이 상황에서도 경비아저씨와 절친까지 맺었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이라는 거지? 두통이나 피로감, 어지러움과 함께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그리고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반복되고,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는 데다, 집중도 안 되고, 어떨 때는 팔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면서 허리까지 아프다 이거잖아.” 

“헐! 족집게셔. 어떻게 딱딱 알아맞히나 그래?” 

“감기인 듯 감기 아닌 감기 같은 증상이지? 낮에는 심하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덜하고.” 

“흐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다니, 혹시 그동안 스토킹 한 거 아닌가?” 

“김경비는 어쩜, 오버하는 것까지 딱 내 스타일이이란 말이야. 허허. 암튼, 지금까지 얘기한 증상들은 몽땅 냉방병에 관한 걸세. 이렇게 추운 데서 일하려니 냉방병을 피하기 어려웠겠지.” 

“역시, 친구가 과학자니까 참 좋구먼. 그런데 시원한 데 있으면 몸도 정신도 더 짱짱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짱짱해지기는커녕 몽롱해지는 이런 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거야?” 

안과 밖의 온도가 5~8°C 이상 벌어지는 곳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말초혈관이 빠르게 수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요.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드니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기운 없으면서 졸리게 되지. 또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도 줄어 소화기 쪽도 영 시원찮고 말이야. 거기다 자율신경계 기능에도 변화가 생겨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해요. 근육이 뻐근하게 쑤실 때도 잦고.” 

“아, 이제야 싹 다 이해가 되는구먼. 남들은 시원한 데서 일한다고 날 부러워하지만, 냉방병이라는 슬픈 직업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네밖에 없을 걸세. 그런데 대체 우리 몸은 온도 차이에 왜 이리 예민한 건가?” 

“우리 몸은 빠른 변화를 아주 싫어한다네. 세포 하나하나를 재정비해가며 변화에 적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 환절기만 되면 감기 같은 각종 감염병이 늘어나는 이유도, 인체가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라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한 달 동안의 계절변화에도 쩔쩔매는 데, 하루에도 몇 번씩 5~8°C씩 온도가 오락가락하면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하는 걸세.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감기인 줄 알고 며칠째 종합감기약만 열심히 챙겨먹었지 뭔가.” 

“많은 사람이 감기와 냉방병을 헷갈리는데, 이걸 구분하는 팁을 하나 줌세. 기침이나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감기, 없으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냉방을 하지 않을 때 증상이 호전되면 냉방병,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증상이 이어지면 십중팔구 감기라네. 알겠나?” 

“오호, 아주 명쾌하구만! 그럼, 끝으로 하나만 더 물어봄세. 대체 이 냉방병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가 있나?” 

“음, 묘약이 딱 하나 있긴 하지. 에어컨을 끄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금방 몸이 좋아진다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면 더 빨리 호전되고 말이야. 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지 말고 가끔 20~3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방법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네에겐 그림의 떡일 테니, 긴팔 옷을 입거나 목에 작은 수건 같은 걸 둘러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막는 게 최선일 것 같구먼.” 

“음, 그런데 미안하지만, 사실 내 병은 냉방병이 아니네.” 

“아니 여태까지 듣고는, 갑자기 무슨 냉방병 걸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사실, 나의 두통이나 근육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복통, 설사는 실내외 기온 차 때문이 아니라네. 달랑 의자 10개가 전부인 작은 은행지점에 자네 가족이 벌써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을 치고 있다는 게 내 병의 근원이야. 위에서는 어떻게 좀 해보라고 자꾸만 나를 닦달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하도 스트레스가 쌓여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네. 이보게 친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만 나가주면 안 되겠나? 친구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말일세. 흑흑.” 

“난 또 뭐라고. 성격이 왜 이리 급한가? 우물가서 숭늉 찾겠구먼. 허허. 조금만 더 참아보게, 나도 이제 휴가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참말로 뻔뻔하구먼. 벼룩도 갖고 있다는 그 낯짝이 왜 자네에게만 없는 것인가. 흑흑” 

“안 들린다, 안 들린다. 더 격렬하게 아무 말도 안 들린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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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은 ‘독한 감기’와 다르다?

매년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기 전에 연례행사처럼 찾는 독감 예방주사.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방심했다간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일반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을 ‘독한 감기’ 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꽤 있지만 감기와는 엄연히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이 코나 목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이다. 매년 어른은 2∼4번, 어린이는 6∼8번 감기를 앓는다.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히거나 목이 아픈 증세가 오기 시작하고 1, 2일 뒤 증세가 최고조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4일~2주간 기침이나 콧물, 목의 통증, 발열, 두통, 전신권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잘 먹고 잘 쉬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이에 비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의 증상으로는 1∼3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섭씨 38도가 넘는 고열이 생기거나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이나 근육통이 생긴다. 눈이 시리고 아프기도 한다. 일반 감기가 폐렴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독감은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렇듯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워낙 다양해 백신을 만들어봤자 별 실용성이 없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한 종류이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평생 한 번만 맞아도 되는 간염주사와 달리, 독감주사는 왜 매년 맞아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역지속기간도 3~6개월에 불과하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직경 80~120nm 크기로, 당단백질로 구성된 지질 외피(겉껍질)와 RNA 핵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보통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것은 ‘겉껍질’ 부분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우리 몸속에 독감 백신이 생기는데, 이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병원균의 모양을 인식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질병의 원인균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해준다.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도 이 겉껍질 부분이 변이되기 때문이다. 겉껍질이 변이되는 과정은 동물에게 감염됐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이렇게 겉껍질이 변이된 경우, 변이된 바이러스에 대한 모양이 인식되지 않은 예방접종을 하면 면역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매년 새로운 예방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독감 예방주사는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그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기능을 갖도록 처방한다. 단 백신으로 인체가 항체를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독감이 유행하기 2주 전까지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개 지난해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의 마지막 유행했던 균주가 다음 해에 유행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그 다음 해에 사용할 백신의 균주를 결정한다. 또 인플루엔자 A형의 화학적 예방조치로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딘(amantadine)과 리만타딘(rimantadine)을 독감 유행기간 중 1일 2회, 100㎎ 내복하면 변종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약 50%는 예방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1918∼1919년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에 퍼져 2,500만~5,000만 명이 숨진 사건 이후다. 이때의 희생자 규모는 제1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뛰어넘는 수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희생은 이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1957∼1958년에 발생한 ‘아시안 인플루엔자’는 약 1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세계적인 피해를 낳았다. 가장 최근의 인플루엔자 대재앙은 1968∼1969년 발생한 ‘홍콩 인플루엔자’로, 약 6주 동안 전 세계를 휩쓸며 약 8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동시다발테러로 희생된 사람이 6,000여 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희생 규모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물론 현재의 독감은 예방접종으로 70∼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반면 감기는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는다고 모두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발병과정에는 바이러스의 감염뿐만 아니라 침범한 바이러스에 대한 개인별 방어력이나 급격한 체온 변동, 체력 소모 등도 주요 원인이 된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영양가 있는 음식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잘 챙겨먹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또한 바이러스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발을 씻고 양치를 하는 등 감기 예방을 위한 개인의 위생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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