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고 강력한 가을태풍

2013년 11월 4일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재민이 430만 명에 1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집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하이옌은 필리핀 타클로반에 상륙했을 때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였다. 역대 태풍 기록 중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한 여름도 아닌 늦가을에 기록적인 태풍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태풍 하이옌이 발생했던 북위 5도의 해수온도가 당시 31℃를 넘었다. 엄청난 에너지 공급이 가능했던 것이다. 태풍 하이옌은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저위도 해역을 통해 이동했다. 태풍의 힘을 약화시킬 저기압이나 차가운 공기나 육지를 만나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면서 슈퍼태풍이 만들어진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기 직전인 11월에 발생한 태풍이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역대 태풍 기록 중에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열대성 사이클론은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폭풍과 해일을 동반한 바람은 최소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기가 태풍 하이옌 보다는 약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인프라가 약해 희생자가 더 많이 나왔다.

■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을 월별로 분석을 해 보니, 1971년부터 2013년까지 가장 많은 태풍이 만들어진 달은 8월이었다. 234개의 태풍이 북태평양 상에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많은 달이 9월로 214개였다. 다음이 7월로 164개, 10월이 159개다. 여름 태풍의 수가 477개인데 가을에는 470개였다. 가을 태풍의 발생수가 여름에 못지않다는 말이다. 이중 9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던 태풍 수는 28개, 10월에 영향을 준 태풍 수는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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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1971년부터 2013년까지 월별 태풍 발생 횟수 (출처: 케이웨더)


가을에 올라오는 태풍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한다.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기상청에서 1904년부터 2013년까지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 순위를 발표했다. 인명 피해에서 가을 태풍은 전체 10권내에 2개가 들었다. 재산 피해는 10위권 내에 4개가 포함됐다. 인명 피해는 1980년대 이전이라 약한 태풍에서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산 피해를 보면 가을 태풍이 훨씬 더 강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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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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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은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 10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1959년 9월에 찾아온 태풍 ‘사라’는 849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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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태풍 루사의 소용돌이와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위성영상 (출처: 케이웨더)



최근 10년간(2002~2011년) 우리나라는 총 138회의 자연재해를 입었다.(소방방재청 재해연보) 이 중 호우나 태풍이 77회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호우 피해는 7~8월, 태풍피해는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호우나 태풍 피해액 중 상위 1~3위가 태풍 피해였다.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의 자연재해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가을 태풍의 피해가 가장 컸다.

■ 그럼 왜 가을 태풍은 강력하게 발달하는 것일까

가을 태풍이 강력하게 발달하는 이유로 먼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을 들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동경로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러다 보니 북상하는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또한 태풍 발생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9월에 가장 높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해수 온도도 높기 때문에 가을 태풍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계절적 수축도 한 몫을 한다. 여름철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으로 태풍이 직접 우리나라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통로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가을이 되면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온다. 태풍과 기온 차이가 커지다보니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진다. 그러다보니 가을철 태풍의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 위원회가 2013년 9월 27일 5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의 해수 온도 상승은 최근(1991-2010년) 20년간 0.19℃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 상승은 무려 0.81℃나 상승했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은 년 3.2mm나 된다. 그 이전 보다 거의 두 배나 빨리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상승은 세계 평균치보다 4배가 높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런 변화는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준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가 195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최저 기압(氣壓)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태풍의 최저기압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태풍이 점점 강력해진다는 말이다. 문일주 교수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슈퍼태풍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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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태풍 최저기압 변화 추이 (문일주교수 논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데이터센터(CDC) 연구진은 태풍의 에너지 최강지점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82년부터 2012년까지 태풍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이 10년마다 53∼62㎞씩 적도에서 극지방 방향으로 올라온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은 지난 30년간 태풍의 세력이 강력한 지점은 적도 부근에서 약 160㎞ 멀어졌다는 뜻이다. NOAA의 제임스 코신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이 큰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기후구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나라도 가을이 아닌 겨울에도 태풍이 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슈퍼 태풍은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향을 줄 것이다. 무엇이 슈퍼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바로 기온 상승, 해수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을 막는 길이다.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합의와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글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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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휘잉~ 찬바람에 길바닥 가득 쌓였던 낙엽이 덩어리로 뭉쳐 굴러간다. 찬바람은 자꾸만 불고, 낙엽이 쓸려간 자리에 딱 그만큼의 낙엽이 다시 쌓인다. 바야흐로 가을, 아니 초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태연, 창가를 지나가다 낙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아빠의 손에 뭔가 수상쩍은 검정 뭉치가 들려있다.

“아빠, 울어요? 왜? 어디 아파요?”

“아프다… 마음이….”

“누가 욕했어요? 엄마가 뚱뚱하다고 구박했어요?”

아빠가 손에 들려있던 불길한 뭉치를 태연에게 보여준다. 머리카락 뭉치다. 태연은 아빠의 유난히 허전해진 정수리와 머리카락 뭉치를 번갈아 보고는 그제야 아빠의 눈물을 이해한다.

가을이 아빠의 머리카락을 훔쳐간 거구나. 계절은 왜 자꾸 바뀌어가지고 울 아빠를 슬프게 하는 걸까. 나쁜 계절!”

“그렇다고 계절이 바뀌지 말라고는 할 수 없잖냐. 1년 주기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전축을 똑바로 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예에? 계절이 지구의 공전 땜에 생긴다고요? 헐, 대박! 난생 처음 듣는 얘기에요!”

“태연아, 틀림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걸로 아는데 그걸 난생 처음 듣는다니, 나도 많~이 당황스럽구나. 지구가 자전축을 기준으로 약 23.5도 삐딱하게 기울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태양빛의 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서 계절이 생겨나는 거란다. 또 바다와 육지의 분포, 해류, 해발고도 등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생기지.”

“가만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아빠, 계절이 바뀌면 낙엽만 떨어져야지 아빠 머리카락은 왜 자꾸 빠지는 거예요? 날도 추워지는데 정수리가 그렇게 허전하면 머리까지 나빠지는 거 아닐까요?”

결국 아빠는 태연의 머리를 꽁 쥐어박는다.

“우리 태연이는 공부는 못해도 염장은 참 잘 질러 그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면 우리 인체도 많은 변화를 겪는단다. 머리카락의 경우, 봄과 여름에는 활발히 자라다가 가을, 겨울에는 잘 성장하지 않는 휴지기를 겪는데 이때 체내의 남성호르몬이 탈모호르몬으로 바뀌게 되면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추풍낙엽같이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서글픈 현상이 나타나지. 흑흑흑….”

“아빠, 그만 울어요. 뚝!”

“또, 따듯한 곳에 적응했던 몸이 찬바람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면서 감기에도 잘 걸려요.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면역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온갖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고, 특히나 예민한 걸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은 안구건조증과 함께 충혈, 따가움, 각막염 등이 오기 쉽지. 가을만 되면 머리가 당기듯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구건조증이 원인인 경우도 많으니까 두통약만 먹지 말고 안과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뿐만 아니라 추위 때문에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혈관질환은 물론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지어는 얼굴 근육이 수축되면서 인상까지 찡그린 형태로 바뀌기 쉬워요.

“안 좋은 게 뭐 이렇게 많아요?”

“아냐, 좋은 것도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살이 빠지거든.”

“아빠, 지금 저 무식하다고 놀리시는 거예요?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설마 말만 살이 찌고 사람은 빠진다는 얘길 하시는 건 아니겠죠?”

“어허, 아빠가 명색이 과학잔데 거짓말을 하겠냐?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 있어. 다시 말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니까 ‘같은 조건’이라면 살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 가을, 겨울엔 여름보다 10% 정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단다.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 교수팀이 비만인 20대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추위에 자주 노출이 되면 체지방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이상해요. 대부분 겨울이 되면 살이 찌던데요? 나도, 아빠도, 엄마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데 왜 살이 찌는 거예요?”

“아빠가 ‘같은 조건’에서 살이 빠진다고 했잖니. 여름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먹으면 살이 빠지지만, 보통의 경우 날이 추워지면 실내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떨어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거든. 그러니 더 살이 찌는 거지.

“아~ 그래서 아빠의 배가 찬바람만 불면 임신 6개월 배에서 8개월 배로 급격히 커지는 거구나. 근데 아빠, 남자들은 정말 가을을 타요? 첫사랑이 막 생각나고? 아빠도 그래요?”

“그건 맞아. 남자든 여자든 가을을 탈 수밖에 없어. 일조량이 감소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거든. 이럴 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쉽단다. 만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건 보통의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수면을 취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지.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은 워낙에 잘 재발하는 병이라서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첫사랑은…. 음,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지.”

“아빠 첫사랑은 누구에요? 지난번에 취해서 부르던 그 가영씨 맞아요?”

“가영씨?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빠 첫사랑은 추현숙이야. 가을 추(秋), 추현숙. 그래서 가을이면 더 생각나….”

“아싸, 낚였다. 엄마! 아빠 첫사랑이 추현숙이래에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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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면서 온산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가고 있다. 2010년 전국 단풍 홍보대사를 뽑는 날, 단풍잎들은 서로 자기가 더 예쁘다며 자신을 홍보대사로 추천하는데….

단풍잎 : 가을을 대표하는 절세미인 하면 푸른 잎을 붉게 물들인 나 단풍잎이지!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묘사할 때 쓰이는 ‘녹빈홍안(綠鬢紅顔)’이라는 사자성어 들어봤지? 윤이 나는 검은 머리와 고운 얼굴이라는 뜻인데, 오죽하면 고운 얼굴을 붉을 ‘홍’자로 표현했을까~
은행잎 : 흥, 노랗게 물들인 내 잎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은근하고 우아한 멋으로는 나를 따라올 상대가 없다고! 게다가 초봄에 새로 싹트는 어린잎도 거의 노란색으로 일생을 시작한단 말이야. 참, 초봄의 새싹도 단풍이라고 하는 거 몰랐지? 자고로 홍보대사를 하려면 나처럼 상식도 풍부해야 한다고!

단풍잎과 은행잎이 티격태격 하는 사이,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 할아버지가 말했다.

소나무 : 허허~, 그러지 말고 너희 둘이 힘을 모아 함께 홍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잊지 말거라, 너희들은 함께할 때 훨씬 아름답단다.

만산홍엽(滿山紅葉). 말 그대로 온 산의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계절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풍은 어떻게 드는 것일까?

단풍(丹楓)은 기후 변화에 의해 나뭇잎에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 녹색 잎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하며, 광범위하게는 황색 및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까지도 포함한다. 단풍은 나무가 겨울나기를 위해 ‘낙엽 만들기’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진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나뭇잎에 들어 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되면서 양이 줄게 되고, 결국 나뭇잎의 녹색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대신 종전에는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나뭇잎이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색깔별로 살펴보면 붉은 단풍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당)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이동이 느려지는데, 액포에 당이 많을수록 안토시아닌과 당이 결합해 단풍색이 훨씬 더 밝아진다. 당은 일교차가 클수록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을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다. 이밖에 황색 및 갈색 단풍은 각각 노란색의 카로틴 색소와 크산토필 색소에 의해 자신의 색을 띄게 된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은 밤에는 호흡으로 당을 소비한다. 기온이 낮으면 호흡량이 줄어 상대적으로 당이 많아지는 것이다. 또한 잎자루 아래에 떨켜가 생겨 잎에서 만들어진 당이 줄기로 내려가지 못하고 잎에 쌓이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도 단풍이 드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단풍에 대한 특이한 연구결과도 있다. 뉴욕 콜게이트 대학 연구진은 ‘단풍의 붉은색은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일종의 독이자 방어막’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풍나무처럼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른 색의 단풍과는 달리 붉은 색의 단풍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단풍나무의 붉은 잎과 파란 잎, 너도밤나무의 노란 잎과 녹색 잎을 채취해 각각 상추 씨앗 위에 뿌려 발아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단풍나무의 붉은 잎이 다른 색의 잎들에 비해 상추 씨의 발아율을 크게 감소시켰음을 밝혀냈다.

붉은 단풍의 색소는 다른 성분이 파괴된 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성하는 일종의 독이자 방어막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가을에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antocyanin) 성분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토시아닌이 어떠한 방법으로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풍의 그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 이처럼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한 숨겨진 이면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결과들이 연구자들에게는 단풍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도록 하며, 우리에게는 단풍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 2010년 단풍 절정기 Tip! <자료제공 : 기상청>
- 오대산 : 10월 17일
- 설악산 : 10월 20일
- 지리산 : 10월 21일
- 치악산 : 10월 24일
- 북한산 : 10월 31일
- 계룡산 : 10월 31일
- 한라산 : 10월 31일
- 주왕산 : 11월 1일
- 속리산 : 11월 2일
- 내장산 : 11월 11일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60호 ‘생존을 위한 킬러본능-단풍(2005년 10월 28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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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청명하고 나무마다 과일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 과학시티는 오늘도 평화롭게만 보인다. 그러나 해가 짧아지면서 집으로 향하는 과학시티 시민들의 발걸음은 쫓기는 사람처럼 급해졌고 자물쇠를 채우는 손은 떨렸다. 최근 과학시티에 입에 담기 힘든 흉악범죄가 연달아 일어났고, 시민의 희망이던 슈퍼히어로들은 통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퍼맨, 뭐하고 있는 거야? 오늘 총기 든 강도가 은행에 나타났다는 거 몰랐어? 아니 스파이더맨에 배트맨까지 다 여기 있었구나. 시민들이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고. 너희가 나서서 과학시티의 평화를 지켜야지!”

헐크의 호통에도 아랑곳없이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배트맨은 낙엽이 우수수 쌓인 벤치에 축 늘어져 있다.

“기운 내서 악당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어쩐지 기운이 없어. 내가 나서서 강도 하나 해치운다고 세상 모든 악당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악당은 점점 많아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 하는 건지….”

“거미줄 뿜는 것도 영 기운이 딸려. 난 더 이상 히어로 일은 못하겠어. 그냥 남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답지 않은 회의와 우울에 빠져 있었다. 헐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네. 보통 남자들이야 가을이면 울적해진다고들 하지만, 설마! 너희들까지 가을 타는 거니? 너희 같은 슈퍼 히어로들이? 이럴 수가!”

가을을 타다니? 지칠 줄 모르고 세상을 구하던 영웅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물음에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을 바라보며 헐크가 말을 이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 들어 봤겠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길에 코트 깃을 세우고 고독에 빠지는 남자들은 가을이 되면 우수에 젖게 마련이지. 사실 가을엔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사람이 많아. 보통 계절성 우울증(SAD)이 원인이지. 계절성 우울증은 주로 일조량의 변화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유 없이 축 처지고 우울했던 원인이 바로 햇볕의 양에 있었다는 말에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헐크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헐크는 이들을 바라보며 자세한 설명을 이었다.

“해가 짧아지면 인체의 호르몬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항우울 효과가 있는 뇌의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고 대신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같이 정신을 차분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우울에 대한 면역은 약해지고 기분은 자꾸 가라앉게 돼. 또 멜라토닌은 주로 밤에 많이 분비되는데 점차 밤이 길어지면서 그 양이 과다하게 만들어져 생체리듬이 흔들리고 우울증이 생기기 쉬워지는 거야.”

<우울증의 원인은 햇빛, 달빛, 출산, 가사, 과로, 스트레스
등이다. 특히 가을에는 일조량이 줄어들어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배트맨이 피식거리며 헐크의 말을 반박했다.

“이봐, 헐크. 계절성 우울증이라면 우울의 대가인 나에게 물어보라고.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게다가 가을의 절정인 10월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테르테론 분비가 1년 중 가장 활발한 때야. 남성적인 활력이 넘치는 때라는 거지. 우리들이 계절성 우울증 때문이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헐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받았다.

“배트맨, 네 말도 일리가 있어. 남성호르몬 분비가 가을철인 9월~11월에 많긴 하지만 호르몬의 양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어. 젊은 시절의 나, 지난해의 나와 비교하면 심리적으로는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야. 게다가 가을은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야. 가뜩이나 일조량 부족으로 생체리듬이 달라진데다 마음도 차분해지고 전에 없이 생각도 많아지는 거야. 내가 올해 강도를 몇 잡았더라, 화재 현장에서 구한 사람이 몇이더라, 구하지 못한 사람은 몇이었지? 그런 생각하면 안 우울할 히어로가 없겠지. 성공과 성취를 중시하는 남자라면 계절성 우울증에 취약한 여자보다 더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인 거지. 바로 너희 같은 슈퍼 히어로들 말이야. 난 너희들이 가을을 타는 거라고 확신해.”

스파이더맨이 헐크에게 묻는다.

“네 말은 잘 알겠다만 그래서 어쩌라는 거니? 무슨 해결책이 있는 거냐고?”
“물론이지. 당장 이 음침한 그늘에서 나와. 저기 햇볕이 쨍 하게 내리쬐는 곳으로 가자.”
“칫, 그까짓 햇볕. 난 내 동굴로 돌아갈 테야.”

돌아가려는 배트맨을 잡으며 헐크가 말했다.

“햇볕에 대해서 한참 모르는구나. 햇볕은 상상 이상으로 인체에 큰 영향을 미쳐. 어린 시절 햇볕을 너무 적게 쐬면 구루병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하지. 노르웨이나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의 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일조량이 최대10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들 나라에 해가 없는 어둠의 계절이 오면 자살률이 치솟고 정신병과 알코올 중독이 늘어난다고 해. 이런 것을 보면 해가 조금만 짧아져도 사람의 몸에는 큰 변화가 찾아온다는 걸 알 수 있어. 내가 너희처럼 우울에 빠지지 않는 건 쉬지 않고 햇볕 속을 뛰어다니기 때문인지도 몰라.”

햇볕만 쬐어도 나아진다니 히어로들은 기대에 차 햇볕이 비치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자들은 가을이나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에 시달리면 과식으로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있어. 반면 남자들은 술이나 섹스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 쓸쓸함을 벗어버리려다가 덫에 걸리게 되는 거야.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라면 햇볕을 쬐면서 적당하게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어.”

다른 히어로들이 양지바른 곳에서 슬슬 몸을 푸는 동안 슈퍼맨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난 감질나게 산책은 못하겠어. 햇볕이 약이라는 걸 알았으니 태양 가까이로 휙 날아갔다 올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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