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모두가 행복한 과학을 위해

인간과 반려동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어울려 살고 있을 만큼 친숙하다. 고양이와 개, 소, 닭은 물론 너구리나 고슴도치, 스컹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동물이라는 단어 앞에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의 ‘반려’가 붙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과학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같은 동물이라고 해도 위의 예시와는 의미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과학에서는 일방적으로 동물의 ‘희생’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닌 실험동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실험동물이란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약이나 새로 개발된 화장품의 안전성, 질병의 발생과정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연구나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을 말한다. 야생 상태의 동물을 포획해 그대로 실험에 사용하지만, 정확한 실험을 위해 목적에 맞도록 특정 성질을 갖거나 특정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동물실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동물을 해부해 생식과 유전을 설명했고, 외과 의사였던 갈레노스는 원숭이와 돼지, 염소 등을 해부해 심장과 뼈, 근육, 뇌신경 등에 대한 의학적 사실을 규명했다. 16세기 베살리우스가 직접 사람 시체의 배를 가르고 몸을 탐구해 인체해부학을 발전시키기 전까지 동물 해부 연구는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과학에서 동물실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 쥐나 토끼, 원숭이, 초파리, 제브라피시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고양이와 개구리, 도롱뇽, 갑각류, 바퀴벌레, 진드기도 실험동물에 예외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0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하기엔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더 큰 문제는 동물실험을 걸친 의약품이나 화장품이라도 인간에게 100%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실험 문제는 195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 1953년 독일에서는 진정제 효과가 있는 ‘탈리도마이드’가 개발됐다. 임산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입덧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유럽은 물론 세계 50여 개 나라에 팔렸다. 특히 이 약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개와 고양이, 쥐, 햄스터, 닭 등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이 실험에서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이 ‘기적의 약’은 사상 최악의 부작용 사태를 일으켰다.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다리가 짧거나 발가락이 들러붙은 기형아를 출산한 것이다. 독일에서만 5천여 명, 세계 50여 개국 나라에서는 1만2천 명의 아이들이 이 약으로 인해 기형아로 태어났다.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기형아와 이 약의 상관관계가 밝혀졌고, 판매 금지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인간과 동물은 유전자 구조가 100% 같지 않기 때문에 동물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물질도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동물실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동물의 권리 침해 문제다. 최근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총을 쐈을 때 피가 어디로 어떻게 튀는지 알아보기 위해 살아 있는 돼지에게 총을 여러 발 쏴 보는 실험을 한 뒤 이를 ‘법과학 저널(Journal of Forensic Sciences)’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또한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실험용 쥐 몸에 암 종양을 일으키는 물질을 허용치보다 많이 사용해 문제가 됐다. 앞선 두 실험에서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일종의 실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우주 왕복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과거에는, 우주 실험동물이 임무를 완수한 뒤 그대로 우주에 버려지는 일도 있었다. 우주 실험동물은 사람이 가기 전 미리 우주에 나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지 특정 질병이 생기는지 알아보는 역할을 한다.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는 1957년 소련에서 발사한 인공위성을 통해 우주로 나간 최초의 우주 실험동물이다. 이 개는 실험 도중 온도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스트레스와 과열로 생을 마감했다.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 채 아직도 우주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화장품 안정성 평가 부분에 대해 동물실험 대신할 피부일차자극시험이나 안점막자극시험, 피부감작성시험 등의 방법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 대안 중 가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오가노이드’가 꼽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장기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미니장기를 뜻한다.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 연구소의 한스 클레버스 박사가 생쥐의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내장을 만드는 데 성공해 최초의 오가노이드를 선보였다. 

이후 2013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가 사람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이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자폐증이나 조현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와 신장, 갑상선, 간, 췌장 등도 오가노이드로 만들어져 실험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 연구도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선 오가노이드 배양에 관한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동물실험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법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도 화장품 분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화장품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동물실험을 시행한 화장품이나 원료를 사용해 만든 화장품이 판매될 수 없게 된 수준에 불과하다. 동물도 사람도 행복한 세상을 위해 생명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의 안정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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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못생겨도 괜찮아, 늙은 호박의 변신

호박은 억울하다. 생김새만으로 못생긴 얼굴에 비유되니 말이다. 게다가 늙은 호박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그런데 실제로는 젊은 호박보다는 오히려 늙은 호박이 영양이 좋고 활용도도 높다.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할로윈(Halloween)을 생각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늙은 호박이다. 할로윈이 되면 각 가정에서 늙은 호박으로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든다. 늙은 호박은 여름에 수확하지 않고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 것이다. 늙은 호박은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해 성숙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으로 보면 된다. 

늙은 호박의 정식 이름은 청둥호박이며, 맷돌호박이라고도 한다. 맷돌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하게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고, 종류도 다양한데 늙은 호박은 동양종으로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로 추정한다, 호박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9,000년 전부터고, 특히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전 세계로 전파했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재료인 셈이다. 

“세상사를 말할 때는 /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 홀로 꽃 피우고 맺힌 / 호박덩이일지라도 /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 숨 턱턱 막힌 삼복더위와 /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 
지칠 줄 몰랐을 저 불같은 성정” 
                                                                           - 박철영 시 ‘늙은 호박’ 중에서 

그래서일까? 위 시에서도 보듯이 늙은 호박은 숙성된 기간만큼 성숙하고 더 많은 영양소와 효능을 가진다. 늙은 호박을 두고 노래한 시인은 호박의 겉만 보고 말하지 말고 늙은 호박이 견뎌낸 시간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나 식품이나 마찬가지다. 

늙은 호박은 쓸모가 많은 채소다. 우선 겉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으므로 식량이 부족하던 과거에는 가을부터 이듬해까지 구황(救荒) 식품으로 이용했다. 또 어린덩굴과 잎은 익혀 먹고, 호박은 죽을 끓여 먹거나 잘 말려서 각종 요리에 쓰인다.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분이 증가한다.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돼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특히 좋다. 전분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당질과 비타민A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이 베타카로틴인데, 이 성분 때문에 늙은 호박이 노란빛을 띤다. 녹황색 채소나 과일, 조류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작용을 하고,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A와 같은 효력을 나타낸다. 베타카로틴은 매우 중요한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 식물만이 가진 영양소)로서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고 최근에는 폐암 예방 효과까지 입증됐다.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녹황색 채소의 대표식품격인 시금치는 2002년 미국의 <타임>지에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늙은 호박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은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는 물론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변비에 효과적이다.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출산 후, 여성의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늙은 호박이 산모의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산모의 적혈구나 헤모글로빈 수치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늙은 호박을 주원료로 한 한방 생약재 추출액을 분만 직후 산모에게 주었더니,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보인 것이다. 

늙은 호박은 껍질부터 과육, 씨까지 영양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만큼 통째로 다 활용해도 좋다. 또한, 호박씨에는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E가 들어 있어서 뇌의 혈액순환과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과 머리를 좋게 하는 레시틴 성분이 많고,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다. 또 호박씨가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 호박씨를 구워서 먹으면 젖이 많이 나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철 기침이 심할 때 구워서 설탕이나 꿀과 섞어서 먹으면 효과가 있으니, 긁어낸 호박씨는 버리지 말고 따로 모아 말려 먹거나, 삶아서 보약처럼 먹어도 좋다. 

늙은 호박은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먹는 호박죽이나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고구마, 팥, 넝쿨 콩, 찹쌀, 새알심 등과 함께 만드는 호박범벅은 맛도 좋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밥을 대신한 훌륭한 영양식이다. 호박의 과육 부분을 쪄서 으깬 뒤, 죽처럼 만들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호박죽이 된다. 그리고 늙은 호박의 당분을 이용해서 호박엿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또 과육을 우리거나 졸여서 차로 마실 수도 있다. 호박 차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더욱 좋다.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 꿀단지는 출산한 뒤의 부기를 빼기 위한 음식으로 이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꼭지 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속의 씨를 긁어낸다. 속에 꿀을 한 컵 정도 넣고 도려낸 부분을 다시 막아 3~4시간 동안 찌면 안에 물이 고이는데, 이것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그럼, 어떤 호박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 늙은 호박은 선명한 황색을 띠는 것이 좋다. 색이 너무 연하면 속이 덜 익거나 영양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껍질에 윤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균형이 잡혀 있고, 분가루 같은 하얀 것이 많이 묻어있는 호박이 맛있는 호박이다. 또 꼭지가 무르거나 멍들이 않고, 속으로 움푹 들어간 호박이 더 달다. 호박을 들었을 때 너무 가벼울 경우 속과 조직이 엉성할 수 있으니 묵직한 호박을 사는 것이 좋다. 늙은 호박을 보관할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며, 잘라서 손질한 후에는 잘 밀봉해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으면 좋다. 

깊어가는 겨울, 뜨끈한 호박차 한 잔으로 속도 달래고 건강도 챙겨보자.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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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시리, 오늘 날씨는 어때?

기계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보험이나 카드회사처럼 고객 문의가 많은 회사와의 통화는 예외 없이 기계음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번을 누르세요.’ 라는 반복을 참고 나면, ‘다시 들으려면 # 버튼을 누르세요.’ 로 끝나는 지루한 경험이 대부분이지만. 

영화라면 다르다. 기계, 아니 시스템과 ‘말’로 소통하는 일은 SF영화에서 흔한 설정이지만, 늘 극적이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 ‘터미네이터’에서 인류 말살을 지시하는 ‘스카이넷’, 아이언맨에서 슈퍼히어로를 돕는 만능 비서 ‘자비스’, ‘그녀’에서 주인공을 사랑에 빠지게 한 ‘사만다’까지. 그들은 무시무시한 판단력과 그보다 더 파괴적인 실행력으로 전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사용자의 능력을 인간 이상으로 만들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사랑에 빠지게 한다. 

현실에서도 할이나 자비스, 사만다가 가능할까? 최근 ‘모바일 지능형 비서’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나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페이스북의 ‘M을 비롯 삼성의 ’S보이스‘, 바이두의 ’두 시크리터리‘ 등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뜨겁게 앞 다퉈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 새로운 비서를 써보라 부추기고 있다. 

시작은 애플의 ‘시리’다. 2011년 아이폰 4S에 탑재된 시리는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검색을 하거나 앱을 실행하는 반응을 보인다.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게 하거나, 말로 불러주면 SNS나 메일에 글을 쓰게 할 수 있다. 미리 등록된 약속을 알려주거나 쇼핑 목록을 만드는 등 간단한 비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시리는 ‘장난감’ 취급을 받았다. 물어보면 뭐든 대답은 하는데 도통 말귀를 못 알아채는 답답한 친구랄까. 하지만 은근슬쩍 농담을 던지는 인간미가 있어, 기계와 대화하는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게 강점이다. “잘 잤어?”라고 물으면 “저는 쉬지 않아요. 하지만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거나, “따뜻한 말 한 마디 해봐”라고 청하면 “저는 벌써 감동 받아서 프로세서에 열이 나기 시작하는군요.”라는 기계식 농담으로 응수한다. 애플은 스웰, 톱시, 보컬IQ, 퍼셉티코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인수해 시리의 능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시리가 명령에 반응한다면, 구글의 ‘구글 나우’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해서 의도를 알아채고 미리 정보를 전달하는 적극적인 비서다. 집과 회사처럼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가는 길의 교통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공항에 있다면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글자를 입력하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답답한 비서에게 말하는 서비스에 왜 주목할까? 음성은 인간에게 글자보다 더 쉽고 간단한 도구다. 무엇보다 손이 자유로워지므로 이동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설거지를 하면서 동네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쇼핑을 할 수 있다. IoT(사물인터넷) 환경이라면 음성으로 세탁기와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운전을 하고 있어 손을 쓸 수 없을 때, 시력이 약하거나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노약자,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에게도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쳤거나 위급한 상황에서도 유용하다. 미국에선 트럭에 깔린 소년이 시리로 911을 불러 구조된 일도 있다. 또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기기들처럼 스크린이 작거나 없어 입력기기를 따로 두기 힘든 소형기기에는 필수적인 장치다. 그러므로 음성과 몸짓을 이용한 검색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 정도는 어떤가? 몇 년 전만 해도 음성 인식 분야는 잿빛이었다. 국내의 경우 새로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전공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시리의 등장과 인식 네트워크 기술의 개발, 딥러닝(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 응용하는 기술) 등은 음성인식에 새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내 휴대기기 안에 있는 정보를 이용해 일정을 관리하고 사진을 찍고, 정보를 검색하는 단순한 업무 외에 인간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통역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동시통역 기능이 “2017년이면 64개 언어로 자유롭게 소통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동 통‧번역 솔루션 회사 시스트란 멀티모달실 이상운 실장은 “이미 동시통역사가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구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행은 물론이고 해외 직구로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회사의 고객센터와 전화할 일이 생겨도 휴대전화 속 통역 앱을 이용하면 난처할 일이 없다. 

기술은 이미 완성형이지만 사용자가 느끼기엔 여전히 어색하다. 영화 속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가능하게 해줄 열쇠는 인간이 쥐고 있다. 더 많이 쓰고, 더 오래 써서 데이터를 쌓으면 시스템은 그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한다.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는지가 관건이다. 똑똑한 ‘시리’와 ‘구글 나우’는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구글로 검색하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의 정보가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단 하나뿐인 나의 비서는 사실 우리 모두이며 수많은 인간 행동이 쌓은 데이터의 결과물인 것이다. 

휴대전화 속 비서의 기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적인 거부감은 꽤 지속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시스템과 대화를 하는 일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하진 않을 거다. 전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선 너머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도무지 낯설고 믿기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은 물어보는 것에 대답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기특하지만, 앞으로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어 내가 궁금해 할 것을 미리 알려주고 주변 기기를 작동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보고만 하는 그런 비서가 모두의 옆에 있게 될 것이다. 100%의 기억력에 유머와 감성까지 겸비한 탁월한 비서 말이다. 

하지만 그 때에 우리는 영희에게 전화를 걸면, 영희의 비서와 통화하게 되는 일을 겪을 수 있다. 진짜 당혹스런 일은 우리가 진짜 영희와 통화했는지, 영희의 지능형 비서와 통화했는지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그때 우리도 영화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휴대전화 속 목소리에 물어야겠다.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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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 똥과 오줌에서 찾는다

광활한 논 위로 펼쳐지는 붉은 노을.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진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를 깨는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냄새. 시골 냄새로 불리는 특유의 구린내 주인공은 똥이다. 대게 똥은 사람들에게 더럽고 냄새나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똥 냄새가 나면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코를 막곤 한다. 하지만 ‘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더럽기만 했던 똥, 이제 더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똥이 화석연료를 대신 할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시내에 독특한 버스가 등장했다. 버스 한쪽 벽면에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런 디자인을 갖게 된 이유는 이 버스가 사람의 똥으로 움직이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똥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 ‘똥 버스’는 벌써 운행을 시작해 브리스톨 공항과 배스 시내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 똥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영국의 바이오 버스(출처: GENeco)



똥 버스를 움직이게 에너지원은 정확하게 말해서 똥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다. 똥의 55~75%는 물이고, 25∼45%는 메탄가스 물질로 이뤄져 있다. 메탄은 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이다. 따라서 똥이 현재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가 되는 셈이다. 

똥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필요하다. 주로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이나 신트로픽박테리아(Syntrophic Bacteria), 메타노사르시아 바르케리(Methanosarcia barkeri)를 사용한다. 이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섭취한 뒤 탄화수소나 유기산, 질소화합물 등을 분해하고 탄산가스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 큰 탱크에 똥을 담고, 여기에 미생물을 넣어주면 이 둘이 서로 반응해 나온 메탄가스를 한 데 모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최초의 똥 버스는 연료를 버스 지붕 위 탱크에 담아 사용한다. 한 번 충전하면 30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데, 사람 다섯 명이 1년 동안 배설한 똥의 양과 같다. 이 연료는 실제로 브리스톨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똥으로 만든 것이다. 브리스톨 하수처리장에 모인 배설물과 하수, 음식물 쓰레기에서 모아서 만든 것으로, 이곳에서 매년 1,700만㎥의 바이오 가스를 만들어 8,3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똥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바이오 가스는 이미 활발하게 이용돼왔다. 독일의 축산 농가에서는 젖소를 기르면서 나오는 똥의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만들어 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원에 널려 있는 애완동물의 똥을 모아 전기를 만들어 가로등을 켰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국립축산과학원에 바이오 가스 생산시설을 만들어 하루 10톤의 가축 분뇨로 300kW의 전기로 만들기도 했다. 

똥의 활약에 오줌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최근에는 오줌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영국 브리스톨 웨스트잉글랜드대의 이에로풀로스 교수와 연구진들이 오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연료전지(MFC, Microbial Fuel Cel)를 만든 것이다. 

이 기술에서도 미생물이 중요하다. 미생물 연료전지가 썩은 과일이나 죽은 파리, 생활하수, 오줌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일단 실린더에 미생물을 겹겹이 쌓는다. 그리고 이 실린더에 오줌을 통과시키면 미생물이 오줌에 포함된 포타슘이나 소듐 성분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이 미생물 연료전지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효율이 85%로 매우 높다. 또 미생물 연료전지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파운드(약 1,700원)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전지로 화장실을 만들 경우 600파운드(약 10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앞으로 생활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난민캠프 같은 지역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평생 10~20톤 정도의 엄청난 양의 똥을 싼다. 지구에 사는 70억 명의 사람이 한 해 배출하는 대변은 2천 900억㎏, 소변은 19억 8천만ℓ나 된다. 앞으로 이 양을 모두 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한다면 연간 최대 약 10조 8천억 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똥과 오줌이 환하게 밝혀 줄 세상이 기대된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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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의 시작은 셜록홈즈로 부터?!


홈즈는 런던 베이커 거리 221B의 하숙집에 의사인 존 H, 왓슨과 함께 산다. 둘은 1882년부터 함께 살았고, 홈즈의 직업은 탐정이다. 1878년부터 탐정 생활을 시작한 홈즈는 1888년까지 무려 5백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고, 이 중 단 네 번만 실패할 만큼 실적은 대단히 높은 편이었다. 왓슨은 홈즈에 대해 ‘범죄 관련 책에 관한 지식이 놀라울 정도’고 ‘금세기의 중대 범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기록했다. 

홈즈는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의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 최초의 민간자문탐정인 셜록 홈즈다. 1887년 <주홍색의 연구>에 셜록 홈즈는 처음 등장했다. 셜록 홈즈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책이 최근까지 나올 정도로 아직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1.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이 그린 셜록 홈즈
(출처: wikipedia)



도일은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외과 의사다.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만들기 전까지 사람들은 과학과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도일은 셜록 홈즈를 통해 과학수사에 대한 개념을 알렸고,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미국의 과학수사 전문가인 콜린 에번스는 “홈즈의 시대 이후 지난 100년 동안 탄생한 자외선, 레이저, 유전자(DNA), 전자현미경과 같은 과학적 성과는 범죄와 수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사진 2.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의 연구> 표지
(출처: wikipedia)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최근 강력범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수사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학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00년대 후반부터다. 모든 사람이 가진 ‘지문(指紋)’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부터 과학수사가 시작됐다. 사건 현장에 지문이 있다는 것은 그 지문의 주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지문의 흔적은 손에서 나오는 땀이나 기름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지문의 흔적에서 미세한 화학 입자를 구분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서 지문의 주인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약물을 먹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체내에 흡수된 음식물이나 약물은 땀에도 섞여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개발됐다. 실제로 영국 경찰은 이 기술로 마약 범죄자를 검거하고 있다. 

지금이야 지문 분석 말고도 다른 형태의 과학수사가 많지만, 예전에는 지문 분석만이 과학수사의 전부인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찍기 때문에 전 국민의 지문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사용하는 범인들도 있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외산 장갑 300여 개의 흔적을 모아놓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는 모든 것이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똥으로 범인은 잡은 사건도 있다. 2013년 부산의 한 식당에서 현금 20만 원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범인은 식당 인근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가 한 식당을 발견했다. 볼일을 마친 범인은 식당 주방으로 들어가 2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 현장의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범인의 동선을 파악했고, 그 동선에서 발견한 똥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취했다. 범인은 이미 전과 10범으로 그의 DNA 정보는 경찰이 갖고 있었고, 똥에서 발견한 DNA와의 일치를 통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가진 장내 세균은 약 1천여 종. 하지만 모두 똑같지는 않다. 장내 세균을 통해 그 사람의 영양 상태나 자주 먹는 음식, 알레르기 종류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장내 세균을 지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냄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체취(體臭)는 화장품이나 향수를 사용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는 현장의 공기를 용기에 담아 분석한다. 냄새를 분석하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으로 범인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사람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하기도 했다. 우리 코에는 냄새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냄새가 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신호가 발생해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 우리가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 코가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서는 콧속에 들어 있는 수용체가 필요하다. 이 후각 수용체를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것과 똑같이 만든 것이 바로 ‘바이오 전자 코’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폐쇄회로(CC)TV다. 지금은 CCTV를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초기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과 인권 문제 때문에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다. 요즘에도 모든 사람이 CCTV 설치를 찬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주민들이 CCTV 설치를 요청하기도 한다. 

요즘 CCTV는 그야말로 지능형 CCTV다. 단순히 영상만을 찍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만을 골라 찍는 CCTV도 있고. 귀가 달려 소리까지 찍는 CCTV도 있다. 실제로 충북 진천에는 귀가 달린 CCTV가 설치돼 있어 보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얼굴은 찍히지 않았지만,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CCTV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건이 발생한 후의 대책일 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아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또한 적극적으로 만들어 과학수사가 필요 없는 곳이 우리가 모두 원하는 사회 아닐까.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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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공짜 와이파이 쓰다 내 정보 공짜 된다!


태연,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엄마 고대기로 앞머리 볼륨을 팍팍 살리고 립글로스를 바른 데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는 모양새가 도저히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 딱 서!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데 말이다. 설마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빠, 촌스럽게 요즘 누가 도서관에서 공부해요. 요 앞 카페에서 애들이랑 공부하기로 했다고요. 분위기 좋지, 편하지, 따뜻하지, 주스도 맛나지, 공짜 와이파이도 팡팡 터지는 최적의 공부방 카페 말이에욧!” 

“최적의 PC방이 아니고? 그러지 말고 도서관에 가는 게 어떻겠냐. 팡팡 터지는 공짜 와이파이 좋아하다 네 휴대전화도 팡팡 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단 말이야.” 

“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는 아주 유용한 기술이야. 일정 범위, 그러니까 가정용은 20~30m 정도, 기업용은 100~200m 정도의 ‘와이파이존’ 안에만 들어가면 누구나 무선으로 공짜 인터넷을 맘껏 사용할 수 있으니 무척 편리하지. 카페나 백화점 같은 상업시설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손님을 끌 수 있고, 또 요즘엔 공공기관에서도 와이파이를 많이 설치해서 국민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단다. 2013년 전 세계의 와이파이존은 인구 150명당 한 곳이었지만, 2018년에는 20명당 한 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전송속도도 요즘엔 초당 최고 7GB(Gigabyte)까지 빨라지고 있지.” 

“그러니까, 휴대전화 데이터를 쓰는 대신 카페에 가서 맘껏 와이파이를 쓰면 그게 바로 근검절약이란 얘기죠. 거기다 아빠 말씀대로 속도도 빠르고, 비밀번호도 필요 없고, 정말 편하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조심하라는 말씀이세요?” 

“어허, 선현께서 이르길, 인생은 호사다마이며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더냐.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꼬이지 쉽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법! 그러니 심사숙고하고 유비무환 해야 한단 말이다.” 

“네? 호사다시마가 새마리 심사숙변…,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 

“에고, 그러니까 와이파이가 좋은 만큼 나쁜 면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거야. 와이파이는 하나의 무선공유기에 여러 사람의 IT 기기가 연계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누군가 나쁜 목적으로 공유기를 해킹해버리면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가 몽땅 털릴 가능성이 크단다. 문자메시지나 통화기록은 물론이고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도둑맞으면 금융사기를 당할 수도 있지. 또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들어있는 소중한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고 말이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개방형 와이파이로 인한 개인정보침해신고가 매년 10만 건 이상 접수되고 있고, 작년에는 무려 16만 건 가까이 들어왔다고 하는구나. 

“후덜덜. 정말요? 그 좋은 와이파이를 안 쓸 수도 없고, 대체 어떡하면 좋아요?” 

“일단 무선공유기를 설치하는 쪽에서 먼저 신경을 써야 해. 업소 전화번호나 1234567과 같이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비밀번호는 피하고, 번호를 되도록 자주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실제로 한 백신기업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시내 와이파이 공유기의 70% 이상이 쉬운 암호나 낮은 수준의 보안체계를 갖고 있다고 하는구나. 또 공유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최신 펌웨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해.” 

“그럼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조심하면 돼요?” 

“우선, 와이파이를 이용해 온라인 뱅킹을 하는 건 위험하니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단다. 또 특정 와이파이에 한 번 접속하면 그 와이파이존에 갈 때마다 자동으로 인터넷이 잡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자동접속이 되지 않도록 휴대전화 네트워크 설정에서 와이파이를 꺼놓고 꼭 필요할 때만 켜서 쓰는 게 안전하지. 그리고 와이파이를 쓰고 있을 때 수상한 팝업창이 뜨거나 뭔가를 설치하라고 하면 가급적 따라하지 않는 게 좋단다. 

“휴, 공짜라는 생각에 무작정 와이파이만 잡히면 좋아했었는데, 이제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참, 그럼 아빠는 도대체 왜 그렇게 되신 거예요?” 

“뭐가?” 

“빠른 속도로 시원해지는 아빠의 정수리 말이에요. 일명 대머리라고 하는 그 널찍한 공간은 왜 만들어지는 걸까요? 어른들이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고 하시던데, 공짜 와이파이를 그리 즐기지 않는 아빠의 대머리는 어인 연유인가요?” 

“야!!!”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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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미세먼지의 고백


환경전문가들은 겨울철을 바로 저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여름철엔 비에 의해서 씻기거나 높은 습도로 인해 농도가 낮지만, 겨울철엔 대기 정체로 인해 저의 농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죠. 또겨울이 되면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는 곳이 많아 거기서 발생하는 검댕으로 인해 제가 더 많아집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아궁이에 불을 피우냐고요?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한국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을 이제 보기 어려워졌지만, 중국의 경우 전체 가정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직도 아궁이를 이용하고 있거든요. 그것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오므로 겨울만 되면 제가 더욱 많아질 수밖에요. 

맞습니다. 벌써 눈치를 채셨겠지만, 저의 이름은 미세먼지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외부에서 인체로 들어오는 이물질은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집니다. 그러나 저는 크기가 너무 작아 호흡기를 그대로 통과해 체내에 쉽게 축적되죠. 더구나 저는 안구 질환이나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비롯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천식 및 아토피 등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2013년에 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1995년 미국 암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초미세 먼지가 1㎥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 시 총 사망률이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인하대 병원 및 아주대 공동연구진의 최근 연구에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탓에 수도권에서만 1년에 성인 1만5000여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럽과 비교할 경우 3배 정도 높은 수치죠. 

실제로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당 30.3㎍으로 36개 회원국 중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나빴습니다. OCED 평균이나 WHO의 기준에 비해 1.5배가 넘는 수준이죠. 

더구나 30.3㎍이라는 수치는 연간 평균이니, 요즘 같은 겨울철엔 그보다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는 날이면 주위 곳곳에서 중국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왜 하필이면 한국과 붙어 있어서 이처럼 나쁜 물질을 날려 보내느냐는 하소연들이죠. 

그런데 중국만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실 여러분들을 괴롭히는 저의 동료들은 ‘중국발’보다 ‘한국산’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미세먼지 중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대개 30~40%이며, 크게 영향을 미칠 때도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나머지 50~70%가 국내 요인에 의해 발생한 미세먼지라는 것이죠. 

한국에서 저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승용차를 비롯해 화물차, 건설장비 등에서 내뿜는 배출가스 속에는 저의 동료들이 엄청나게 많이 포함돼 있죠.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14년 기준으로 세계 15번째에 해당할 만큼 많습니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77%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등의 엔진에서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밖에도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 공업단지에서 나오는 굴뚝 연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를 비롯해 심지어 숯가마 찜질방이나 직화구이 음식점 등에서도 저의 동료들이 태어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발생원은 석탄 화력발전소입니다.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53기에서 내뿜는 초미세 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에 이르는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총 전력 생산량 중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만드는 전기가 39.2%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입니다. 석탄은 원자력을 포함해 발전 비용이 가장 싼 발전원입니다. 발전소는 경제성이 가장 뛰어난 발전원부터 가동하므로 석탄 발전의 가동률이 높을 수밖에요. 

이처럼 석탄 화력발전은 연료비가 낮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세먼지, 즉 저를 유난히 많이 배출한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는 전체의 3.4%에 불과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과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 초미세 먼지를 만들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건설 중인 11기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더해 2013년 초 발표된 정부의 6차 전력수급계획에는 2020년까지 13기의 추가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총 24기가 추가 증설되는 2021년에는 초미세 먼지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자 수가 연간 최대 2,8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7월에 발표된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2013년에 계획한 석탄 화력발전소 중 4기의 허가가 취소됐지만, 한국의 발전 관련 정책은 여전히 세계적인 미세먼지 저감 추세와는 역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여기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저렴한 전기요금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긴 하지만요. 

중국과 몽골 등에서 날아오는 황사의 대책으로 요즘 최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산림 조성입니다. 숲을 만들어 사막화와 황사를 근본적으로 막자는 것이죠. 따라서 최근엔 중국의 석탄 화력발전지대에도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발전소 주변에도 숲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저로 인한 여러분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테니까요.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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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평소 육류 음식을 즐겨 먹는 직장인 박 모(32) 씨는 요즘 들어 우울하기만 하다. 얼마 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표한 육류 관련 발암 기사를 접하고 나서부터, 입맛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늘 회사 식당에서 제공된 제육볶음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평소 같으면 한 접시 더 먹었을 박 씨지만, 발암 관련 기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며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 더는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 숨겨진 진실? 아니면 과잉 반응?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IARC가 지난 10월 26일,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적색육(red meat)을 각각 1등급 발암물질과 2등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뒤, 국내 축산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불어 닥친 후폭풍은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해외 축산업계도 이번 발표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국내 축산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하루아침에 인체에 해로운 식품을 파는 주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진 1. 적색육(출처: wikimedia)



소비자들 또한 그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즐겨 먹어 왔는데, 갑자기 담배나 석면 같은 발암물질로 분류된 것을 보고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나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가공육에 길들어 있는 아이들의 입맛을 대체할 식품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며칠 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인의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며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식탁에 자주 오르는 햄과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도대체 어떤 성분이 문제이기에 지난 몇 십 년 동안 잘 먹고 잘 지냈던 가공육과 육류가 하루아침에 발암 물질로 전락한 것일까? 진짜로 암을 일으키는 성분이 포함돼 있었는데 그동안 소비자가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과잉 반응에 따른 침소봉대(針小棒大)의 소산일까?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알아봐야겠다. 

■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을 유발한다?! 

IARC가 현재 발암 유발 물질로 지목한 물질은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가공육에 들어있는 화학첨가물이다. 이 중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N-니트로소 화합물(NOC)’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가장 의심을 받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은 절임(curing)이나 훈제(smoking) 같은 가공육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로 알려졌지만, 부치기(pan frying)와 그릴(grilling), 그리고 바비큐(barbecuing)와 같이 육류를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대거 생성된다. 

가공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공육도 처음 만드는 과정은 적색육을 조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에서 언급한 물질 외에도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이 성분 또한 발암 유발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 중 일부는 이미 암을 유발하는 성분을 가진 것으로 강력한 의심을 받고 있거나, 이미 확인된 물질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으로 인해 어떻게 암 위험이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 2. 아질산나트륨의 성상 및 분자식(출처: wikipedia)



화학첨가물로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가공육은 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 이 중에서 아질산나트륨은 붉은빛을 돌게 하는 발색제의 역할과 맹독성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botulinum) 균의 번식을 막는 보존제 역할을 한다. 
 
아질산나트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높은 온도에서 육류의 아민(amine)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안전 전문 검사기관들은 15세미만의 어린이와 임산부가 아질산나트륨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질산나트륨 등 각종 첨가물을 뺀 천연 가공육은 발암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할까? 이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 있지 않은 상황인데, 사실 결론이 나 있지 않다기보다는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햄이나 소시지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는 있으나, IARC의 이번 발표가 가공육의 특정 첨가물이 발암 요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가공육이 발암 위험이 적거나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유해성과 위해성 혼동 말아야 

이처럼 모든 것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까? 이에 대해 국내 암 전문가들은 ‘발암 물질과 접촉해도 발암 위험이 없는 적정량과 안전한 조리방법을 택해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서 적정량이란 발암 여부를 평가할 때, 발암 성분의 존재 여부와 함께 그 성분의 용량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예를 들면 옥수수나 콩의 썩은 부분에서 검출되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은 니코틴(nicotine)보다 독성은 훨씬 높지만, 인체 노출량은 니코틴의 백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독성은 강하지만 양이 적은 아플라톡신보다는, 독성은 낮지만 훨씬 많은 양이 인체에 노출되는 니코틴이 더 문제라는 의미다. 이 같은 비유를 든 이유는 적색육이나 가공육 섭취량이 서양인에 못 미치는 동양인에게 서양인과 같은 잣대를 댈 수는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먹거리와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은 인종이나 지역, 문화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번 IARC의 발표를 우리 식탁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규명 작업이 이뤄지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분명한 사항은 육류의 유해성(Hazard)과 위해성(Risk)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로운 점은 있지만, 얼마만큼 먹어야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IARC 조차도 답변이 궁한 상황이니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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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돔구장, 홈런이 빵빵?!

스포츠 대부분이 그러하듯 야구는 특히 자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추운 겨울에는 손이 시려 경기가 어렵고 더운 여름에는 햇볕이 뜨거워 관람이 힘들다. 바람이 불면 공의 궤적이 엉뚱한 방향으로 휘어지고 비가 오면 땅이 질척거려 제대로 뛰는 일이 힘들다.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를 치를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의 ‘체이스 필드’, 일본의 ‘오사카 돔’, 대만의 ‘타이베이 아레나’… 야구 애호가이라면 이 3개의 이름만으로도 부러움이 생길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폭설이 내려도 마음 편히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야구 전용 돔구장’이다. 돔(dome)은 둥근 형태의 지붕을 얹은 건축물을 가리킨다. 돔구장은 말 그대로 경기장 전체에 돔을 씌운 형태다. 

작은 형태의 돔은 선사시대부터 사용됐지만 대규모의 건물을 짓는 일은 쉽지 않다. 고대 로마의 아그리파 장군이 기원전 27년 여러 신을 숭배하기 위해 판테온을 건축하면서 제대로 된 돔 건물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 남아 있는 로마의 판테온은 서기 12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다시 지어진 건물이지만 외벽에는 아그리파의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후 동로마제국이 대형 돔 건축물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터키 이스탄불에 남아 있는 하기아 소피아 이슬람 사원이 대표적이다. 중세 고딕양식이 쇠퇴한 이후 유럽 대부분 국가는 돔 지붕을 적용해 대형 성당의 위용을 높였다. 현대에 들어서는 체육관과 경기장에 돔 기술이 쓰이면서 그 면적이 수백 배로 늘어났다. 

최초의 돔구장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어진 ‘릴라이언트 애스트로돔’이다. 1965년에 지어진 애스트로돔은 4만4천 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름이 220m, 높이가 60m를 넘는 초대형 돔구장이다. 이 지역은 여름철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고 모기떼의 습격이 잦아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돔구장을 만들었고 미식축구나 레슬링 경기에도 사용됐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노후로 인한 철거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 1. 세계 최초의 돔구장, 릴라이언트 애스트로돔(출처: wikipedia/EricEnfermero)



미국은 8개, 일본은 6개에 달하는 돔구장을 야구 경기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63년 장충체육관을 고쳐서 최초의 돔구장을 만들었지만, 야구 경기용은 아니었다. 수십 년의 요구와 논의를 거쳐 2015년 9월 마침내 서울 구로구에 국내 최초의 야구 전용 돔 구장 ‘고척스카이돔’이 완공됐다. 개장은 11월 4일, 우리나라와 쿠바가 벌인 야구대표팀 평가전으로 정해졌다. 

돔구장은 흔히들 ‘타자 친화적인 야구장’으로 불린다. “야외 경기장보다 홈런이 더 많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야구계에서는 ‘돔런(dome-run)’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진원지는 1982년 개장된 미국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 ‘휴버트 H. 험프리 메트로돔’이다. 그해에만 평균 구장의 두 배에 가까운 19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2.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출처: wikipedia/Fetx2002)



비밀은 ‘공기 순환’에 있었다. 메트로돔은 공기를 주입해 천장을 유지하는 방식인데 바람의 방향을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쪽으로 설정함으로써 공이 더 멀리 날아가도록 한 것이다. 상대편 팀이 타석에 들어서면 송풍기를 꺼서 바람을 조절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서 승부 조작이라 비난받을 만하다. 

그러나 돔구장 자체의 특성도 타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자연풍이 차단되기 때문에 방해요소 없이 자신의 타력을 선보일 수 있다. 타자에게 도움을 주는 바람이 분다 해도 타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야외 구장을 지나는 바람은 관중석 벽을 넘어오면서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 아래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뜬공이 솟구치는 것을 막는다. 

또한 구장 내부에 상승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에 뜬공의 높이가 야외구장보다 높다. 관람객들이 들어차면 체온과 응원 때문에 더 많은 열기가 생성되고 갖가지 조명과 전기장치들도 열을 내뿜는다. 위쪽으로 솟아오른 열기는 천장의 환기구를 통해 빠져나가므로 저절로 기류가 상승한다. 송풍기를 틀어서 천장의 높이를 유지하는 일부 돔구장은 상승기류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돔구장에서 홈런이 나오면 관중은 “역시 돔이야.”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그렇다면 고척스카이돔에서도 야외 구장보다 더 많은 홈런이 기록될까. 개장 경기였던 우리나라와 쿠바의 평가전에서는 일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이대호와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박병호가 큰 관심을 받았다. 4번 타자는 박병호로 선정됐지만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홈런을 날리지 못했다. 홈런 가능성에 근접한 타구도 없었다. 

1만8천 석의 고척 스카이돔은 홈플레이트에서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는 122m이며 좌‧우측 파울라인의 길이가 99m다. 중앙 거리 125m에 파울라인 100m의 잠실야구장, 중앙 122m에 파울라인 101m인 울산 문수야구장보다는 작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이라 불리는 목동 야구장이 중앙 거리가 118m에 파울라인은 98m인 것을 생각해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앙 거리만 따지면 잠실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다. 

게다가 내부에 상승기류가 생기지 않도록 천장의 환기시설을 없앴고, 공조시설도 일부러 공기가 내부에 머무르도록 조절했다. 실제로 쿠바 평가전에서 개막행사로 터진 축포의 연기가 경기 내내 실내에 머물러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기도 했다. 

일부러 천장을 맞춰서 홈런을 기록할 수는 없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정에 따르면 돔구장에서 친 공이 파울 지역의 천장에 맞거나 구조물에 끼면 당연히 파울이지만 천장에 맞고 떨어진 공을 수비수가 잡아내면 아웃이다. 페어 지역에서는 내야와 외야가 나뉜다. 내야 천장에 맞고 떨어진 공을 야수가 잡으면 아웃이고 잡지 못하면 2루타로 기록된다. 

반면에 타구가 외야 천장에 맞거나 낀다면 무조건 홈런이다. 그러나 고척스카이돔의 최고 높이는 67.6m다.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애스트로돔의 천장 63.4m보다 4.2m나 더 높다. 애스트로돔에서는 타구가 천장에 맞은 적이 1974년에 단 한 번 있었을 뿐이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천장을 맞히려면 타구의 비거리가 140m를 넘겨야 한다.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야구는 예측이 쉽지 않은 스포츠다. 언제 누가 홈런을 날릴지는 알 수 없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탄생한 첫 홈런도 프로선수가 아닌 고등학생의 작품이었다. 지난 11월 12일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서울고등학교 강백호 선수는 8회말 5구째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을 날렸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홈런이 기록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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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디젤’은 과연 ‘클린’한가


‘가솔린이냐, 디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이 삶과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차를 살 때마저도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가솔린 엔진 차를 살 것인가, 아니면 디젤 엔진 차를 살 것인가! 차를 사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참 어려운 고민이다. 

최근에는 디젤 엔진 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3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디젤 엔진 차의 판매량이 가솔린 엔진 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후 수입 디젤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디젤 엔진 차 판매량은 더욱 급상승했다. 

사실 경제적인 면에서 봐도 디젤 엔진 차를 사는 게 유리하다. 초기 구매 비용은 가솔린 엔진 차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경유 값이 저렴한 만큼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들어 오래 탈수록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젤 엔진이 개발된 배경도 경제적인 이유에 있다. 디젤 엔진이 개발되기 전 시대의 증기기관과 가솔린 엔진은 크기가 크고 가격이 매우 비싸 일반 서민들이 구매하기엔 매우 어려웠다. 이때 독일의 기계기술자인 루돌프 디젤은 일반인들도 쉽게 살 수 있는 저렴한 엔진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연료 효율도 높은 엔진을 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893년, 루돌프 디젤은 드디어 디젤 기관을 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관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연료 효율이 높은 값싼 엔진’으로 높은 효율을 인정받아 특허를 받았고, 1919년 대량 생산돼 선박과 트럭, 열차, 잠수함 등 대형 기관에 사용되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차인 트럭과 버스에 주로 사용됐고, 이후 승합차나 SUV 등 점차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디젤 엔진 차는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한다는 점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찝찝하게 했다. 특히 예전 버스나 승합차 배기관에서 시커멓게 나오던 연기가 바로 그 주인공! 시커먼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해로운 느낌이 들었고, 거리에 차가 늘기 시작하면서 공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만 갔다. 

디젤 엔진 차는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많이 내놓는다. 미세먼지는 일반 먼지의 10분의 1 크기일 정도로 작다. 같은 농도라면 미세먼지의 수가 먼지보다 많다. 먼지는 크기가 작을수록, 수가 많을수록 몸과 반응하는 표면적이 넓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몸 안에 들어오면 호흡기는 물론 온몸 구석구석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킨다. 

한편 질소산화물은 NO, NO2, N2O 등 질소와 산소로 이뤄진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을 통틀어 말한다. 질소산화물이 체내에 들어오면 기관지 염증과 천식,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에는 폐부종(Pulmonary edema)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디젤 엔진 차는 이런 불편한 마음을 잊으라는 듯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배기관 밖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장치를 개발해 차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디젤 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인 장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다. 디젤 엔진 차에서 유해한 물질들이 나오는 원인은 연료인 경유가 불완전연소를 하기 때문인데,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로 표시되는 커먼레일 엔진 기술은 연료를 고압으로 축적했다가 분사되는 양과 타이밍, 횟수를 제어해 불완전연소를 줄여 준다. 

다른 방법은 만들어진 배출가스를 깨끗하게 처리해서 내보내는 방법이다. ‘배기가스 후처리장치’로 불리는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는 차에서 만들어진 배출가스를 바로 배출하지 않고 필터를 이용해 미세먼지와 같은 해로운 물질을 걸러낸다. 최대 단점이었던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했으니 디젤 엔진 차를 사면서 들었던 불편한 마음이 합리화 되는 듯 했다. 

이 기세를 몰아 디젤 엔진 차는 ‘클린디젤’이란 이름으로 친환경이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디젤 엔진 차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과 함께 ‘친환경 자동차’에 포함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디젤 엔진 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다른 친환경 자동차와 달리 디젤 엔진 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를 연료로 사용한다. 또한 처리장치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해결한 것처럼 보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5년 10월에 폭스바겐 조작 사태가 터지자 다른 디젤 엔진 차도 얼마든지 ‘친환경’으로 둔갑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 엔진 차에 대한 우리나라 법도 바뀔 조짐이다. 환경부는 디젤 엔진 차에 면제됐던 환경개선부담금을 다시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디젤차를 친환경 차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 제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먹거리와 친환경 차, 친환경 건축물 등…. 친환경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친환경! 제품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는 좀 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물론 제품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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