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호가 혜성에 닿기까지

발사 연기, 타겟 변경, 4번의 중력 도움, 10년의 추적과 동면, 랑데부와 착륙 등 우주 탐사의 역사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유럽우주기구(ESA)의 로제타호. 위기마다 실패를 겪고 성공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로제타호의 임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탐사 속 우주과학 이야기를 소개한다.

로제타호는 최초의 혜성 탐사선은 아니다. 유럽우주기구는 이미 1986년에 최초의 혜성 탐사선 지오토호로 핼리 혜성을 탐사한 바 있고, 미항공우주국(NASA)은 혜성과 충돌하기도 하고 혜성에서 분출된 물질을 지구로 가져온 바도 있다. 이처럼 여러 번 혜성 탐사가 이루어진 바가 있음에도 로제타호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스치듯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혜성의 핵에 착륙할 뿐 아니라, 거의 1년 정도를 혜성과 함께 이동하며 그 실체를 파헤칠 최초의 혜성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타겟 혜성의 이름은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혜성 67P). 여기서 67은 혜성 목록에 등록된 순서를, P(Periodic)는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추류모프-게라시멘코는 1969년 구소련의 발견자들 이름이다. 인류가 그 주기를 발견한 최초의 혜성인 핼리혜성은 1P/핼리로 명명돼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주기다. 핼리 혜성이 76년의 주기를 혜성 67P는 6.45년의 주기(태양의 둘레를 한번 도는 시간)를 가지고 있다. 200년 이하의 주기를 가진 혜성을 단주기 혜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혜성 67P는 짧은 주기로 인해 궤도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어 탐사선을 보내기에 적합한 천체가 된 것이다.

혜성 67P 궤도의 근일점(태양에 가장 가까운 점)은 1.3AU(1AU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에, 원일점(태양에서 가장 먼 점)은 5.7AU에 있어 쉽게 말해 지구와 목성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혜성이다. 혜성이라 하면 태양계의 먼 외곽을 돌아다니는 천체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이렇게 가까이 존재하는 혜성들도 있다. 이들의 고향은 물론 태양계의 외곽인 오르트 구름이나 카이퍼 벨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혜성 67P의 경우 근일점에서 지구 궤도에 매우 가까워진다. 그럼 이때 탐사선을 보내면 비교적 쉽게 혜성을 찾아갈 수 있지만, 태양열로 인해 혜성의 핵에서 분출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코마로 둘러싸이게 돼 혜성의 참 모습을 볼 수 없다. 게다가 안전한 착륙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혜성의 활동이 이루어지 않는 지점까지 10년이나 걸려 로제타호가 찾아간 것이다. 보통 혜성은 소행성대가 있는 3AU거리를 지나면서 가스와 먼지를 분출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혜성이 이곳에 도착하기 이전에 탐사선이 도착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8월 로제타호가 혜성 67P와 만난 곳은 안전한 4AU의 위치이지만 이곳에서도 혜성의 가스 분출 활동이 관측되기도 해 착륙선 담당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탐사선을 혜성과 같은 목성에 이르는 긴 타원 궤도로 만들려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상태에서 초속 9.9km(지구상대속도)의 놀라운 속도가 필요하다. 지구중력탈출속도(지상에서는 초속 11.2km)외에 지구중력권을 벗어난 이후에도 초속 9.9km의 속도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유럽우주기구가 가진 아리안 5호 로켓으로는 지구중력권을 벗어난 후에 남는 속도가 초속 3.5km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속도로는 화성정도 밖에 가지 못한다.

로제타호에도 자신의 몸무게 50%에 이르는 추진제가 있지만 이는 12년 동안 사용할 자세와 궤도 조정에 사용할 연료라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에 모자란 속도를 얻기 위해 중력 도움을 이용하는 우주 비행법을 이용했다. 이는 탐사선이 어떤 행성의 중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행성과 함께 공전하게 되는데, 이때 이 공전 속도를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다시 그 중력권을 탈출하는 비행법을 말한다. 이는 쉽게 말해 우리가 무빙워커에서 걸으면 빠져나올 때 걸음이 보다 빨라지는 것과 같다.

로제타호는 지구 3회와 화성 1회 중력 도움을 이용해 속도를 높였고 마지막 지구의 중력 도움을 받았을 때 초속 9.9km까지 상승시켜 지구 중력권을 빠져 나갔다. 이를 태양의 기준으로 본다면 초속 9.9km에 지구의 공전속도 초속 30km가 더해져 탐사선은 초속 39.9km의 속도를 가진 인공 천체가 된 것이다. 무려 5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복잡하고 어려운 중력 도움을 받아 로제타호의 혜성추적이 시작된 것이었다.

보통 탐사선의 경우 목표 천체로 이동하는 동안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배터리와 전자 장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통상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우리 핸드폰처럼 위성의 운명도 배터리의 수명이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혜성을 추적하는 동안 로제타호는 2년 7개월을 절전 모드로 동면한 상태였다. 로제타호의 설계 수명은 12년 정도이다. 이때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세 제어 장비인 4대의 리액션휠(Reaction Wheel, 일종의 모터달린 팽이)도 잠재워야 했다. 이 경우 태양 전지판을 태양을 향하도록 하는 자세 제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동면중이지만 전기를 만들지 못하면 혜성에 도착 후 탐사선의 이동을 책임질 추진제가 얼지 않도록 보호할 수 없어 미션은 실패하고 만다. 이에 과학자들은 탐사선 전체를 추력기를 이용해 팽이처럼 회전시켜, 태양 전지판이 태양을 향하도록 했다.

혜성 67P에 접근 후 최대의 하이라이트이자 난관은 역시 착륙선 필레를 투하하는 임무였다. 크기가 겨우 4km밖에 되지 않는 혜성은 중력이 너무 낮아 탈출 속도가 초속 1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한 번에 1m 이상만 점프해도 결국 혜성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직 한 번도 착륙해보지 못한 혜성 표면의 지질을 예측만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갖고 필레는 스크루(Screw, 회전하는 축에 날개깃을 붙여 추진력을 얻는 장치)가 달린 3개의 다리와 2개의 작살로 표면에 붙도록 했다. 2014년 11월 3일 시도된 착륙에서 표면에 튕겨 나온 후 절벽 옆 그늘진 곳 자리 잡았다. 이에 태양 전지판이 전기를 만들지 못해 배터리의 방전으로 잠깐 탐사 활동을 진행한 후 신호가 끊어지고 말았다. 추후 이 지역에 태양빛이 들어오게 된다면 필레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혜성이 점차 태양에 가까워짐에 따라 표면에서 가스와 먼지를 분출하게 되는데 착륙선이 제대로 표면에 고정돼 있지 않다면 튕겨져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로제타호는 내년 2015년 12월까지 혜성 67P와 함께 비행하면서 혜성의 코마와 꼬리가 생성되는 전 과정을 지구로 생중계해 줄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마치 태아가 아기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혜성의 가장 드라마틱한 생의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를 통해 로제타호는 인류의 질문에 답을 찾아 나가게 될 것이다. 과연 혜성은 인류에게 생명과 물을 전달해준 생명의 씨앗 역할을 하는 천체인지 말이다.

최근 로제타에 장착된 이온 및 중성입자 분광 분석기로 혜성의 대기 성분을 살펴본 결과, 혜성의 물이 지구의 물과는 다른 중수소 비율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지구의 바다와 직접 연관성이 없을 수 있다는 관측 데이터가 나왔다. 따라서 로제타호의 관측 결과가 우리의 이런 가설을 미궁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1년간 로제타호는 혜성과 태양계 초기의 환경에 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암호들을 보내올 것이다. 로제타석의 암호를 풀듯 이를 어떻게 해석해 나갈 지는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글 :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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