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있어 경제와 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예컨대 제1차 오일쇼크는 자연광을 받을 수 있도록 경사 유리로 덮는 아트리움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은 전후 복구를 목적으로 도미노 시스템으로 크게 나뉘는 콘크리트 박스형의 군더더기 없는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현재 연일 치솟는 유가 폭등은 가히 제3차 오일쇼크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 현대의 건축가들에게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은 가장 큰 난제라 할 수 있다.

부잣집에서 딸 셋에게 쌀을 한 말씩 주고 한 달을 살라고 했다는 옛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 달 후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쌀을 많이 남겨온 딸은 누구인지 한번 시험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첫째딸은 굶었다.
둘째딸은 한 달 동안 쌀을 아껴서 조금씩 먹었다.
셋째딸은 그 쌀을 받자마자 떡도 해먹고 하인과 배불리 먹고 나가서 일했다.

과거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방법이 무조건 안 쓰는 첫째딸 형이었다. 반면, 현대의 소비자들은 이야기 속 셋째딸이 더 나은 이익창출을 위해 머리를 쓴 것처럼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하는 쪽을 택한다. 이는 무한대로 무상, 공짜로 공급되는 자연에너지를 벌어서 쓰는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널리 알려진 태양열 에너지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위도가 맞아야 한다는 문제와 미학적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다음은? 풍력이다. 그런데 바람의 문제는 불 때도 안 불 때도 있으며 혹은 불더라도 세기가 일정치 않다는 결정적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원으로 빵점이다.

그러나 소극적으로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건물 사이에 늘 존재하는 극간풍은 골칫거리였다. 난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즉 난류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언제나 안정적인 바람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또 건물을 아예 빙글빙글 돌려 바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건물이 빙글빙글 돌아서 어지러울 거라고 여긴다면 그건 오산이다. 두바이 dynamic architecture의 경우 건물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0분 정도이니 건물의 거주자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또한 건축물의 회전은 층과 층 사이에 마치 배의 노와 같이 생긴 날개(scoop)가 바람의 직진 운동을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여 가능하게 하였다.

일반적인 풍력장치는 날개가 수직이며, 보통 1-1.5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dynamic architecture의 수평 풍차는 0.3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총 48개의 풍차가 건물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풍차 1개당 50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 건물에는 200가구가 거주하고 있어 나머지 44개 풍차에 의해 발생 전력은 주변 빌딩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움직이는 건물을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인 데이비드 피셔(David fisher)는 “옳은 것은 무엇이든 좋지만, 좋은 것이 항상 옳진 않다.”라는 말로써 건축가들에게 현재의 방식이 옳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건축가들은 각각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의 새로운 방식을 내 놓았다. 예를 들어 태양열과 풍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인데 현재 지름 29m의 풍차와 4,000개의 광 패널을 통해 바람과 태양열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설계된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DIFC)가 대표적이다.

건축에서 바람(wind)은 미래의 바람(wish)이 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난색을 표명하던 풍력을 이용한 초고층 건물의 현실화는 이제 대체에너지로서 바람의 이용을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태양에 반짝이는 바람개비를 하나씩 달고 있는 미래의 건물들을 상상해 본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 function).”라는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의 모더니즘 미학은 현대 건축에 있어서 “형태는 환경을 따른다(Form follow environmental).”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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