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제돌이, 자연방류 성공하려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5월이면 손에 손을 잡고 동물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난다. 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는 동물은 바로 ‘돌고래’. 돌고래는 미소를 띠고 있는 특유의 얼굴표정과 인간과의 친화력 때문에 과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들 역시 1984년부터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 속에 해양생물의 경이로움을 알려주는 전도사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이들 돌고래 중 일부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불법적으로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현행 법령상 살아있는 상태로 어구에 걸려있는 고래류는 방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제돌이가 속해있는 우리나라의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고 개체수는 약 114마리 가량으로 보존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서울시가 불법 포획된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하기로 발표하면서 제돌이의 야생 생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돌이는 2007년 11월 14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상에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연구진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연구진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중 9번째로 관찰된 돌고래라는 뜻으로 JBD009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했다. 이후 제돌이는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가 2009년 5월 1일, 서귀포시 한경면 신창리 해상 정치망에 산채로 잡혀 불법으로 수족관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포획 당시 나이는 10살가량으로 추정됐다.


[그림] 포획되기 전 제주도 앞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는 제돌이(2007년 11월 14일 촬영). 사진 제공 : 고래연구소


3년가량 수족관에서 생활한 제돌이가 제주도의 바다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처럼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또 야생에서 먹이 사냥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수족관의 사육환경에 길들어져 동료 돌고래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사람을 더 따르고, 먹이를 잡는 수고로움을 잊고 사는 지금 당장은 힘들다. 야생 적응 훈련 없이 바다로 방류했다간 눈앞에 있는 멸치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탈수증과 영양결핍으로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껏 돌고래 자연 방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다.

제돌이의 성공적인 자연 방류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먹이를 직접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은 살아있는 먹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지만 죽은 먹이와 함께 살아있는 먹이를 동시에 공급해 산 먹이 대한 이질감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수족관 사육 하에서는 돌고래쇼 훈련을 위해 먹이를 한 번에 매우 적은 양 주는데, 1일 급이량을 50회 이상으로 나눠 공급하기도 한다. 때문에 제돌이의 급이량을 늘리고 먹이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화해야 한다. 또 인간과의 접촉을 점차 줄여 직접 사냥을 통해 먹이를 잡아야 함을 인지시켜 충분히 먹이사냥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방류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관찰되는 제주도 현지 바다에 순치장을 설치해 제주도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군집생활을 하는 돌고래는 원래의 무리에 합류해 같이 살아가야 하므로 무리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방류 이후에도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이용해 적응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돌고래의 자연 방류로는 제돌이가 국내에서 첫 사례인데, 외국에서도 돌고래 자연 방류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70마리 이상의 돌고래 방류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방류 이후 서식지 적응에 대한 후속연구가 거의 없었다. 고래연구 분야의 권위지인 ‘Marine Mammal Science’에는 포획된 지 2년이 지난 큰돌고래 2마리를 일정 기간의 순치를 거쳐 원래의 서식지에 방류한 결과, 성공적으로 다시 적응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는 포획된 지 10년이 지난 개체들과 수족관에서 출생해 야생적응력이 거의 없는 큰돌고래 9마리를 무리하게 방류해 모든 개체가 서식지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포획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제돌이가 야생에서 생존하고 서식지에 적응할 확률은 그리 낮지는 않다.

그렇다고 방류된 돌고래의 생존율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서식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의 인간에게 먹이를 구걸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고 서식지 주변의 소음공해, 급격한 수온변화, 선박, 어구 등의 사소한 외부 요인들이 고래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류로 인해 발생하는 잠재적인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육상에서 기인한 질병이 제돌이를 통해 다른 야생 개체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균에 대한 철저한 검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듯 돌고래 한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에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제돌이 방류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돌고래를 풀어주면 좋은 일이고, 계속 잡아두면 나쁜 일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란이 일어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남방큰돌고래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해 전시‧관람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야생에 개체수가 많은 고래류는 전시‧관람을 통해 교육과 연구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글 : 안두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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