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날씬하면 더 일찍 죽는다?

여기 키가 163cm인 사람 다섯이 있다. 이들의 몸무게는 각각 46kg, 54kg, 65kg, 70kg, 75kg이다. 이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또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이 54kg이나 46kg인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75kg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대답할 것이다. 약간 마른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때 마른 몸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 Body Mass Index)’다.

BMI지수는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얻은 값이다. 이는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왔다. BMI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경도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BMI지수가 23만 돼도 주의해야 하고, 25를 넘으면 각종 질환 및 사망 위험이 1.5~2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BMI 지수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BMI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는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사람부터 비만에 속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범위다. 기존의 BMI지수 기준으로 봤을 때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셈이다.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의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을 연구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질이 다르다. 따라서 서양에서 개발한 BMI지수 기준을 한국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도 아시아인에게 맞는 BMI지수 판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강대희, 박수경 교수가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을 꾸렸다. 이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7개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대상은 한국인 2만 명을 포함해 114만 명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BMI지수와 사망위험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은 BMI지수가 25.1~27.5일 때였다. BMI지수 기준치로 본다면 경도비만 구간이다. 심지어 정상 체중에서 사망위험도는 경도 비만보다 높았다. 비만에 해당하는 BMI지수를 가졌다고 해도 사망위험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BMI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일 경우의 사망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배 정도 높았다. 초고도 비만일 경우 사망 위험이 2배가 넘을 수 있다는 경고와는 다르다. 이는 그동안 비만과 사망위험을 분석할 때 인종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비만한데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극심한 저체중’이다. BMI지수가 15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에 경우는 BMI지수 22.6~25.0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배나 높았다.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사망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키가 163cm인 사람의 몸무게가 63~73kg일 때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다. 앞에 소개한 5명 중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는 몸무게가 70kg(BMI지수:26.35)인 사람과 65kg(BMI지수:24.46)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뒤를 몸무게 75kg(BMI지수:28.23)과 54kg(BMI지수:20.32), 46kg(BMI지수:17.31)인 사람이 따른다.

키가 163cm이고,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은 약간 뚱뚱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BMI지수도 25를 넘어 비만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위험도는 다른 몸무게보다 낮았다. 우리가 너무 과도한 살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비만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같은 서구형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논의가 상업적 측면과 연결되면서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 없이 비만기준이 정리된 측면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소개됐다. 아시아인의 BMI지수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를 활용하면 BMI지수로 한국인의 비만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한국형 BMI지수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우리에게 꼭 맞는 지침을 갖고 똑똑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도움 : 유근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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