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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외의 한 흉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빈방 안에는 두 사람의 시체와 벽에 뿌려진 다량의 혈흔이 있었다. 문제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서로 가해자이거나, 제 3자의 범행일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범인을 밝혀낼까? 중요한 단서인 혈흔의 분석을 통해 함께 추적해보자!

만약 사람이 날카로운 도구에 찔리거나 뭉툭한 무언가에 얻어맞으면 피를 흘리게 된다. 이때 부상의 유형과 위치, 정도, 가해진 힘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혈흔이 만들어진다. 핏방울이 형성되는 과정, 공기 중을 이동하는 속도, 여러 형태의 표면에 부딪힐 때 핏방울이 일으키는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수사는 한결 쉬워진다.

혈흔형태의 분석 결과는 사건 현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진술 또는 분석 결과들과 일치해야 한다. 만약 여러 가지 분석 결과로 범행이 입증되었다 해도 혈흔형태 등 현장의 분석 결과와 기록이 이를 입증할 수 없다면 범죄를 확인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혈흔의 형태는 사건 현장에서 혈흔의 여러 가지 특징을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범인과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매우 심하게 다투었을 경우 범인도 피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비산된 혈흔 가운데 자유낙하 혈흔(정지된 상태에서 중력의 힘에 의해 떨어진 혈흔)이 발견되거나 또는 다른 혈흔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산된 혈흔이 있다면 이는 범인이 흘린 혈흔일 가능성이 크다.

충격 각도가 예각이면 혈흔은 90도에서 만들어지는 둥근 형태가 아닌 타원형을 취하게 된다. 충격의 각도가 줄어들수록 혈흔은 더 길어지고, 약 30도에서 혈흔의 꼬리가 가장 눈에 잘 띄게 된다. 조가비 형태의 혈흔은 핏방울이 수평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각도가 예각일수록 핏방울의 한쪽에는 조가비 형태가 아예 없게 되지만 반대쪽에는 아주 긴 조가비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범인이 심하게 다쳐서 도주한 경우 혈흔이 형성된 모양을 통해 범인이 도주한 경로와 방향을 추정할 수 있다. 즉, 움직이면서 떨어진 혈흔의 경우 움직인 방향 쪽으로 위성 혈흔(본래의 혈흔 방울에서 떨어져 나가서 형성된 톱니모양의 혈흔)이 형성된다. 위성 혈흔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에 따라 도주 당시의 속력을 추정하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그리고 이를 채취하여 분석을 하면 범인의 혈액형 및 유전자형을 알 수 있어 범인을 좁혀갈 수 있고, 용의자가 잡히면 그의 유전자형과 비교하여 일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학향기링크사건 현장에서 혈흔의 흐름과 왜곡 현상이 많이 관찰되었다면 자살의 가능성은 작아진다. 즉, 피해자가 알 수 없는 둔기 등으로 맞아 의식을 잃고 출혈된 경우 혈액은 보통 중력 방향으로 흐른다. 중간에 누군가 시신을 움직이면 왜곡이 일어나 혈흔의 흐름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시신 등에서 발견되는 왜곡 혈흔은 범인이 시신을 옮기거나 다른 변화를 주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혈흔이 없는 빈공간은 어떠한 물건이 놓여 있었는데 사후에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러 가지 혈흔의 비산된 방향을 분석하면 혈흔이 어느 곳으로부터 비산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범행의 중심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실험실에서도 미리 충격된 혈흔으로 줄기법(혈흔에 수많은 선을 연결하여 혈흔의 시작점을 찾는 법) 등을 사용하여 분석을 하면 기원점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의 혈흔의 모양이 실제의 사건현장에서 관찰된다. 손, 머리카락 등에 묻은 혈흔이 다른 물건에 묻은 경우의 전달된 혈흔, 코 등에서 호흡에 의해 분출된 호기 혈흔, 파리 등이 옮겨서 마치 비산된 작은 혈흔처럼 보이는 파리 얼룩 등 다양한 혈흔의 모양이 존재하고 이들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건 현장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이러한 혈흔들은 범행도구로부터 혈흔이 이탈되는 속도에 따라 보통 저속 혈흔, 중속 혈흔, 고속 혈흔의 3가지 종류로 나눈다. 저속 혈흔의 경우 초속 25피트(약 7.62m) 이하의 속도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데, 자연적으로 떨어진 자유낙하혈흔 등이 해당된다. 중속 혈흔은 초속 25피트~100피트(약 7.62m~30.48m)의 힘이 가해진 것으로, 동맥분출혈흔이나 이동하면서 흘린 혈흔 등이 해당된다. 고속 혈흔은 초속 100피트(약 30.48m) 이상의 충격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주로 총상이나 폭발에 의한 혈흔, 호기된 혈액 등이 해당된다.

혈흔의 형태와는 달리 혈흔의 양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자는 다량의 혈흔만 남기고 실종된 상태였다. 용의자는 그를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그를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유전자분석 결과 혈흔은 분명히 피해자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가 죽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흘린 혈흔의 양이 정말 치사량에 이를 수 있는 양인지를 추정해야 했다. 정밀하게 혈흔의 양을 측정한 결과 흘린 피가 치사량에 가까운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 사건은 결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간접적인 증명으로 시신이 없는 살인죄가 인정되었다.

외국은 1983년 11월에 매도널 박사에 의해 국제혈흔형태분석전문가협회(IABPA)가 결성되었으며 한국도 지난 2008년 6월 5일 한국혈흔형태분석학회가 창립되어 출범하였다. 살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 흔적이 있는 한, 완전범죄란 없다. 사건 당시에 피해자 또는 범인이 흘린 혈흔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 : 박기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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