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2011년부터 고속전기차 양산을 시작해 2020년까지 10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고속전기차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계획을 발표하며 선보인 국산 1호 소형 고속전기차 ‘블루온(BlueOn)’은 현대자동차가 유럽 전략형 해치백 모델로 내놓은 ‘i10’을 기반으로 하며 전기차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최고 시속 130km까지 달릴 수 있고 한번 충전에 1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380V의 급속충전을 할 경우 시간이 25분(80% 충전 기준)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그 쓰임새도 많이 넓어질 전망이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발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테슬라사(社)는 이미 10만 달러(약 1억 1,100만 원)가 넘는 전기스포츠카 ‘로드스터(Roadster)’를 판매하고 있다. 이 차는 6,831개 셀(Cell)의 리튬이온 전지를 동력으로 하며 최고 시속은 217km로 웬만한 가솔린차만큼의 성능을 낸다. 내친김에 테슬라는 조만간 5.6초 만에 100km까지 도달하고 한 번 충전에 480km까지 갈 수 있는 새로운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다.

저렴한 대중 모델로는 일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가 있다.
경차 급으로 일반인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미브는 한 번 충전하면 130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급속충전을 할 경우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2010년 말 시판 예정인 닛산의 2000cc 급 5인승 ‘리프(LEAF)’는 중형차급으로 관심의 대상이다. 최고 시속 140km로 달릴 수 있는데다 한 번 충전으로 약 16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7,500달러의 세금감면을 받을 경우 미국시장에서 실제 가격이 2만 5,0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 역시 3만 2,500달러 수준(세제 혜택을 감안할 경우)인 전기자동차 ‘시보레-볼트(VOLT)’로 맞불을 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2015년까지 미국 내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계획이어서 전기자동차 시장은 앞으로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사실 전기 자동차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73년 영국의 데이비드슨(R. Davidson)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전기자동차를 제작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내연기관에 밀리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배터리가 지나치게 무겁고 충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전시설도 마땅치 않은데다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도 너무 짧았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배기량에 의한 공해문제가 심각해지고 배터리 성능이 좋아지면서 전기자동차의 장점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충전지로 모터를 회전시켜 동력을 얻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소음이 아주 적다. 정지상태에서는 공회전을 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 소모도 적고 소음에서 자유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모터는 가솔린 엔진보다 크기가 작은데다 배치도 자유로워 넓은 실내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전기자동차는 현재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가솔린엔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모터에서 기어를 거쳐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각 바퀴에 모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가솔린엔진 자동차에 비해 부품수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경량화가 가능해진다. 결국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하는 전기자동차는 동력으로서의 배터리 수명과 저장 능력, 그리고 세밀한 제어장치를 개발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인 셈이다.

동력분야에선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30% 가볍고 부피가 40% 적어 효율성이 뛰어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일반화되고 있다.
참고로 최근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블루온, 미쓰비시의 아이미브와 GM의 볼트 등 소형차들은 16.4kWh 급 배터리팩을 쓰고 있다. 반면 닛산 리프(24kWh), 테슬러의 로드스터(53kWh), 테슬러 모델S(85~95kWh) 등과 같이 차량이 커지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배터리팩을 장착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터리팩을 늘려 출력을 키우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충전시간이 길어지고 차량의 무게가 무거워지는데다 무엇보다 배터리팩이 너무 고가여서 자동차의 원가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GM 볼트가 60km까지는 전기로 구동을 하되 그 이상 거리에 대해서는 배터리팩을 추가하는 대신 소형 내연기관을 달아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500km까지 주행거리를 늘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의 용량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충전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처음 전기차가 등장할 때는 최소 8시간이 넘는 ‘하룻밤’ 충전을 해야 고작 1시간 정도 달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높은 전압을 이용한 급속 충전방식이 도입되면서 닛산의 리프나 테슬러의 로드스터의 충전시간은 각각 30분, 45분으로 줄었다. 최근에 발표한 현대 블루온은 80% 충전에 25분 정도 걸린다.

충전시간이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2~3분이면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때문에 충전소에서 미리 충전해둔 배터리와 교체하는 방식으로 충전시간을 줄이는 시스템도 연구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차전지 충전방식의 전기자동차 보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연료전지로 전기를 얻는 방식의 전기차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2차 전지수요가 늘면 희소광물에 속하는 리튬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송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전기자동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첨단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이다.
전기자동차는 주행제어뿐만 아니라 배터리 안전성에도 관여하면서 항상 배터리의 상태를 관찰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운전자가 가속페달, 브레이크, 기어 등을 조작하며 차량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직접적인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배터리, 모터, 인버터, 차량탑재충전기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똑똑한 두뇌가 필요하다. 즉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완벽하게 관리 및 제어할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이다.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자동차의 등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쩌면 자동차산업 구조 자체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모터는 엔진에 비해 대단히 단순한 구조다. 필요한 부속품도 적고 정비도 단순하다. 이는 수많은 부품가공업체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터리의 성능과 통합제어시스템이 중요해질수록 IT분야에서 강점을 갖춘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삼성이나 LG 등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가 전세계 도로를 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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