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하면 바로 나!” 라고 말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경 하면 이 사람, 맥아더지. 지금 착용한 이 선글라스도 눈을 보호하는 색안경이오. 오죽하면 기본 중의 기본인 레이밴 선글라스를 ‘맥아더 선글라스’라고 부르겠나.”
“미국에서야 그럴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안경 하면 바로 나, 김구일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레이밴’ 보다 ‘라이방’으로 말해야 통한다고.”

맥아더 장군과 김구 선생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의 귀재로 등장하는 김우탁 유생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끼어들었다.

“에헴.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자고로 사내대장부라면 이렇듯 멋진 색안경 하나쯤은 써 줘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공자께서 그런 가당치 않은 말씀을 하셨다는 건가? 허참, 아무리 내 선조라 할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정말 창피하고만. 그리고 자네가 쓴 안경, 그 시대에 가당키나 한 건가?”

2010년 10월 현재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안경을 쓴 유생이 등장해 ‘옥에 티’ 논란이 일었다. 패션이면 패션, 기능이면 기능을 자랑하는 다양한 안경이 넘치고 있지만, 과연 안경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우탁 유생이 간만에 자신이 알고 있는 주제가 나오자 거들먹거리기 시작한다.

“여보시오 사형들, 그럼 최초의 안경은 언제 등장했으며 누가 사용했는지 아십니까?”
“으흠, 안경이 언제 등장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네. 듣자 하니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 한 공동묘지에 이런 비문이 적혀 있었다지. ‘피렌체에 살았던 안경 발명자[Salvino dArmato degli Armati] 여기 잠들다. 신이여 그를 용서 하소서’ 라고…. 이를 토대로 추측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이 사람이 살았던 13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발명됐을 가능성이 유력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은 조선 중기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되셨던 김성일 선조의 안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기로 따지자면 16세기가 되겠군요. 제가 쓴 이 안경은 제한된 일부 계층만 사용할 수 있는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17세기경에는 우리 손으로 안경을 직접 제작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당시 최상품 안경으로 알려진 경주 남석안경의 렌즈는 유리가 아니라 경주 남산에서 캐낸 수정을 가공해 만든 것이었답니다. 이 렌즈는 겹친 물결 무늬나 구름 형태의 특이한 문양을 지니고 있으며 경도가 높아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또한 유리 렌즈에 비해 온도에 따른 변화가 적어 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그 반대여도 김이 서리지 않는다지요.

김우탁 유생이 아는 체를 하자 김구 선생과 맥아더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창 안경에 대해 잘난 척하느라 바쁜데, 맥아더 장군이 돌연 장소를 옮기자고 청했다. 실내로 들어서니 이제껏 초록색 렌즈가 분명했던 그 선글라스가 투명한 보통 ‘안경’으로 변해버렸다. 둘 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자 맥아더 장군이 말했다.

“나도 안경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이건 변색렌즈를 사용한 안경이라네. 빛이 강하면 자동으로 어두워지고, 광선이 약해지면 자동으로 무색투명해지지. 도수 없는 렌즈도, 근시 렌즈도, 돋보기 렌즈도 모두 변색렌즈로 만들 수 있어. 할로겐화은과 같은 성분을 감광체로 렌즈에 고루 삽입해서 만들지. 색이 바뀌는 원리는 이렇다네. 일반적인 광선에서는 산란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강한 광선이 비치면 할로겐화은이 할로겐이온과 은이온으로 분해되고, 은이온은 광선에 대해 반사 혹은 산란 작용을 하게 돼. 은이온의 작용이 일정 정도가 넘어가면 렌즈가 어두워져. 다시 빛이 약해지면 분해되었던 할로겐이온과 은이온이 결합해 할로겐화은으로 변해 렌즈는 다시 투명하게 변하지.
“설명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 참 신기하군.”
“흠, 이 안경이라면 실내에서 선글라스 끼고 있다고 사람들이 쳐다볼 일은 없겠군요.”

신기한 눈으로 안경을 관찰하다가 김우탁 우생이 뒷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라식 수술 등이 보편화되면서 안경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거라고 성급하게 예측하더군요. 선글라스 같은 패션 기능만 남을 거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안경은 요즘 당신들이 푹 빠져 있는 스마트폰보다 미래의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될 테니까. 눈이 나쁜 사람만 쓰는 안경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할 것입니다.”

김우탁 유생의 말이 허풍만은 아니다. 미래의 컴퓨팅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안경이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 미래 로봇들이 눈으로 본 대상을 바로 분석하고 정보를 얻었던 것처럼, 조만간 현실에서도 안경을 통해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안경은 이제 우리가 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일생생활의 기록자이자, 보는 순간 대상을 분석하고 비교해 우리 삶의 선택을 좌우할 인도자가 되길 꿈꾸고 있다.

카메라와 결합된 안경, MP3플레이어와 결합된 안경, 거짓말 탐지기를 탑재한 안경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안경들은 이미 세상에 선을 보였다. 현재 개발 중인 사용자의 시력과 눈의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기능을 맞춰주는 안경,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눈앞에 불러내 현실 세계 속에서 함께 볼 수 있게 해주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안경까지, 안경의 미래는 어디까지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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