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오 꾸라꾸라 보도! 비나땅 뿌리에 빠깔루아라노 하떼노? 불라이!”
“찌아모 마이 까라지아 아가아노 땅까노모 띠뽀자가니 마이돔바…”

이것은 대체 어느 나라 언어일까? 뜻은 알 수 없지만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한글로 나타낸 찌아찌아어(語)로, 2009년 7월 21일부터 교육에 활용 중인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2010년 7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글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한글이 찌아찌아족의 공식 문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한글을 사용하게 됐을까?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市)에 살고 있는 찌아찌아족은 그들 부족의 고유 언어인 찌아찌아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그 언어를 기록할 문자가 없어 역사를 비롯한 그 무엇도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찌아찌아어를 기록할 문자로 우리나라 한글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훈민정음학회가 한글을 세계화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한글은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문자라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록됐다. 이제는 다른 나라로 수출될 만큼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았는데, 그 우수성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아보자.

한글은 띄어쓰기가 발달된 언어지만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이는 영어보다 우수한 점 중 하나다. 영어는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옆으로 늘어 쓰는 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한데 모아 글자를 하나씩 만들고 이 글자(음절)를 이어 쓴다.

한마디로 영어는 늘어 쓰는 데 비해 한글은 모아쓰는 방식을 취한다는 뜻이다. 한글은 글자마다 의미가 있어 띄어쓰기를 안 하더라도 대강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명사 전체의 70%가 한자어이고 명사에 붙는 은·는·이·가·도 같은 조사를 쉽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휴대전화 문자는 글자 수 제한이 있어 대부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보내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소리에 따라 기록하는 소리글자로 만들었다. 소리글자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로마자나 아랍어로 적을 수 없는 찌아찌아어의 소리를 한글로는 쉽게 표기할 수 있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음은 발음기관인 입술, 이, 혀, 목구멍의 모양, 어금니에 혀뿌리가 닿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기본자(ㄱ, ㄴ, ㅁ, ㅅ, ㅇ)에 획을 더해 총 17개로 만들어졌다. 모음은 하늘, 땅, 인간이라는 철학적인 원리를 반영한 기본자 세 자(·, ㅡ, l)를 바탕으로 획을 더해 총 11자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서도 인식하는 한글도 소리글자일까? 이는 뇌의 일부가 망가져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 환자를 연구해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소리글자인 영어와 비교하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난독증환자가 ‘책상’이란 글자를 읽으면 ‘책책…상상…책상!’이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영어권 난독증 환자는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나눠 발음한다. 책상에 해당하는 단어인 ‘desk’를 발음한다면 ‘d…e…s…k…desk!’라고 말하는 식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한글은 철자가 아니라 소리를 따라 기억된다. 이처럼 우리 머릿속에는 시각적인 철자 모양이 아니라 발음 소리로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팀이 단어를 인식할 때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에서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해 얻은 결과다. 철자이웃은 한 단어와 철자 하나가 같은 단어이고, 음운이웃은 한 단어와 발음 하나가 같은 단어를 말한다. ‘반란(‘발란’으로 읽음)‘이란 단어를 예로 들면 반구, 반도, 반대 등이 철자이웃이고 발달, 발표, 발명 등이 음운이웃이다.

남 교수팀은 36명을 대상으로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많은 단어, 철자이웃은 많지만 음운이웃이 적은 단어, 철자이웃은 적지만 음운이웃이 많은 단어,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적은 단어를 각각 17개를 제시하며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했다.

실험 결과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에 어휘 판단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머릿속의 국어사전이 음운(소리)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음운이웃이 많으면 그 이웃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져 판단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또 연구팀이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단어가 뇌에서 음운 정보를 바탕으로 처리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확인한 결과 측두엽을 비롯해 음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영역이 활성화됐다. 특히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가 적은 경우에 비해 활성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세종대왕이 소리글자로 창제한 한글이 한국인의 뇌 속에도 소리글자로 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이 현대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훈민정음학회는 찌아찌아어 사례를 바탕으로 문자를 갖지 못한 소수민족들에게 한글을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디딘 한글, 앞으로 한반도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지 못하는 소수민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662호 ‘한글에 대한 자부심의 근거를 알려주마(2007년 10월 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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