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기자입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석 연휴가 시작됐는데요. 귀향길에 오른 인파들로 전국이 들썩들썩한 기분입니다. 이번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다지요? 하지만 저는 연휴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과학 지식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취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다들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가는군요. 이 선물들을 포장하는 데도 섬세한 과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특히 맛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추석 선물 포장에는 다양한 과학 원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이 지속된 해엔 더욱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선물포장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있는지 알아볼까요?

(장소 이동, ○○백화점 안) 여기는 막바지 추석선물 판매에 한창인 한 백화점 정육코너입니다. 냉장 정육 선물세트의 포장이 좀 달라진 것 같군요. 기존에는 포장 소재가 스티로폼이었는데, 올해는 EPP(발포폴리프로필렌)라네요. EPP는 오토바이용 헬멧을 제작할 때 쓰이는 물질 아닙니까? (마이크를 담당자에게 넘긴다)

담당자 : EPP 소재는 생산과정에서 스티로폼보다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물질이 적게 나와 친환경적인 데다, 복원력과 탄성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토바이 헬멧을 생각하면 그 성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튼튼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열을 차단하는 단열효과도 뛰어나 유통과정 중 차가운 기운의 손실을 줄여 고기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기자 : 지난해까지만 해도 항균 아이스 팩이 정육 선물세트 포장 아래쪽에 깔려있었는데, 올해는 포장 뚜껑 쪽, 그러니까 상자 윗부분에 들어 있네요. 아이스 팩을 포장 윗부분에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담당자 : 그 이유는 바로 차가운 공기가 일반 공기보다 밀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스 팩을 상자 위에 넣으면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상자 전체에 골고루 전해지겠지요. 이렇게 하면 상자 아래에 아이스 팩을 넣을 때보다 보냉 효과가 30% 가량 높아집니다.

이 기자 : 아 그렇군요, 또 다른 건 없습니까?

담당자 : 한우 선물세트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쿨러 백(Cooler Bag)과 항균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쿨러 백에는 살균 효과가 있는 은과 참숯 성분 등이 녹아 있어 항균·항취 작용을 하는데요, 항균·항취 작용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쿨러 백은 겉보기엔 꽉 막혀 있는 비닐봉투의 형태지만,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적용돼 있습니다. 여기서 나노기술은 1m의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 미세가공 과학기술을 말합니다. 쿨러 백 겉면에 나노 수준의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어서 그 안의 성분들이 밖으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일반적으로 정육세트는 섭씨 영하 30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켜 영양과 맛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가정용 냉장고로 고기를 얼릴 때와 품질에 큰 차이가 나는데요. 정육제품의 신선한 배송을 위해 축산물 가공센터를 만들고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한 할인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공상태로 포장한 제품에 산소 20%와 이산화탄소 80%의 공기를 넣은 뒤 재포장하는 ‘2중 산소포장’으로 신선도를 더욱 높였답니다.

이 기자 : 네, 그럼 이번에는 발효식품코너로 가볼까요? 젓갈이나 고급 전통 장류 선물세트는 합성수지 용기 대신 도자기에 담겨 있네요(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이것은 판매 이후에도 계속 발효가 지속되는 젓갈과 장류의 특성을 감안한 것입니다. 도자기에는 아주 미세한 숨구멍들이 있어서, 공기는 투과하고 그 밖의 내용물들은 통과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발효음식을 도자기에 담아두면 바깥의 신선한 산소들이 계속 공급돼 발효 작용을 도와줍니다.

이 기자 : 여기서 조상님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자리 이동하며) 다음으로 추석선물용 과일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올해는 특히 이상고온현상의 여파로 과일의 신선도와 맛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게 유통업계 전체의 고민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여름 내내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것도 숙제였답니다.

담당자 : 저희는 올 추석 선물용으로 사과와 배에 특별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과일 포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스티커 속에는 과일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에틸렌 가스 흡수제가 들어 있지요. 과일의 호흡이 90% 이상 꼭지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과일 꼭지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습니다.

이 기자 : 에틸렌 가스요?

담당자 :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로, 과일의 신선도를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놔둔 사과의 꼭지 부분이 갈색으로 뭉개지는 이유도 바로 이 에틸렌 가스 때문인데요. 저희는 개별 과일마다 스티커를 붙여, 포장을 풀고 냉장고에 넣어도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실험 결과 이 스티커를 붙인 과일은 냉장고에 한 달 넘게 보관해도 그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자 : 과일의 당도를 2~3배 이상 유지시키는 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을 개발해 이번 추석 선물 세트 패키지에 적용한 곳도 있습니다(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선도 유지제란 과망간산칼륨 수용액을 규조토에 넣어 굳힌 물질로,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빨아들여 농산물의 노화와 부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일 하나하나마다 띠지를 두르고, 그 안에 후레쉬업을 넣어 더운 추석에도 과일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자 : 우리나라 대표 명절 중 하나로 꼽히는 추석, 신선도는 물론 맛과 향까지 보존해주는 선물포장 덕분에 달 밝은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추석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요. 아, 저도 이제 추석 음식 좀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글 : 이수기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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