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54년 미국 워싱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인 이곳에는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설치돼 있다. 범죄 예측뿐 아니라 개인 식별 시스템도 훌륭하다. 시민들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전광판에 붙은 개인 식별 장치가 홍채 정보를 읽어서 신원을 판별하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물건을 사라고 유혹한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눈’뿐이다. 문의 잠금장치도, 지하철 요금 지불도 모두 홍채를 읽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2. 2010년 한국. 부산 해운대에 자리 잡은 이안엑소디움 아파트 입구에는 홍채 인식기가 설치돼 있다. 기기 앞에 사람이 서면 특수 카메라가 위아래로 움직여 눈동자를 찾는다. 눈동자를 찾은 기기는 3초 안에 홍채 패턴을 분석해 입주민과 외부인을 구별해낸다. LG U+ 상암동 DMC 사옥과 덕수궁미술관 미술품 보관실,대전 지하철에도 이런 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후를 상상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홍채 인식기술이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아파트 같은 건물 입구에 홍채 인식기가 설치되는 곳이 하나둘 늘고, 인도에서는 홍채 인식을 이용한 ‘전자주민등록증(UID, Unique ID)’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이 되면 인도 국민들은 눈 하나만으로 자신을 증명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문서로 만들어진 신분증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이나 행동적인 특성으로 개인을 식별하는 것을 생체 인식 기술, 즉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라고 한다. 이 기술은 사람 몸에 원래부터 있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므로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적어서 미래의 신분증으로 각광받는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체 인식 수단은 ‘지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만 17세가 되면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문 잠금 장치나 현금 자동 입출금기, 증명서 자동 발급기에도 지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손가락 무늬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문은 심한 노동을 하면 지워지기도 하고, 땀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제대로 인식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차세대 생체 인식 방법으로 지문보다 홍채가 주목받는다.

홍채는 사람의 신체 부위 중에서 개인 간의 차이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빛을 조절하는 홍채의 무늬는 생후 6개월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2~3살이면 완전한 모양을 갖춘다. 이때 형성된 원형의 홍채 패턴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후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홍채 인식은 사람의 홍채 패턴이 각각 다르다는 걸 이용한다. 홍채의 모양과 색깔, 망막 모세혈관의 형태 같은 홍채의 특성을 분석해 코드로 나타내고, 이를 영상신호로 바꿔 사람의 홍채와 비교하는 것이다. 홍채 인식 코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생성, 검색된다.

우선 사람이 일정한 거리에 서서 홍채 인식기 중앙 거울에 눈을 맞추면, 적외선 카메라가 줌렌즈로 초점을 조절한다. 홍채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는 홍채를 촬영해 이미지로 만들고, 홍채 인식 알고리즘이 홍채의 패턴을 영역별로 분석해 개인 고유의 홍채 코드를 생성한다. 생성된 홍채 코드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고, 각종 홍채 인식 시스템에서 비교 검색 기준으로 활용된다.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홍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인식 판에 직접 눈을 갖다 대지 않아도 홍채 인식은 가능하다. 먼 거리에서 특수 카메라로 홍채 사진을 찍어 기존 정보와 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동의(사인이나 손가락을 갖다 대는 것 등)가 없어도 한꺼번에 여러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어 지문이나 다른 인증시스템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홍채의 특징적인 패턴은 200여 가지나 된다. 30여 가지의 특징적인 패턴이 조화를 이루는 지문보다 훨씬 다양한 셈이다. 그만큼 복제하거나 정보를 유출하기가 힘들어 안전한 식별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자칫 잘못 사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될 위험성도 있으므로 홍채 인식 시스템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한다.

발달된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듯 생체 인식 기술 역시 양날의 칼이다. 잘 사용하면 생활을 편리하고 여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기술이 인간을 옭아매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날의 어느 쪽을 사용할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2호 ‘눈만 봐도 그대를 알 수 있소!(2003년 9월 24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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