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해주렴….”

1980년대 말에 발표돼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신형원의 ‘개똥벌레’다. 한여름 밤, 피서지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부르기에 안성맞춤인 노래다. 한참을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다보면 개똥벌레가 나타나 밤하늘을 멋지게 수놓을지도 모른다. 개똥벌레는 꼬리에서 반짝거리는 빛을 내는 ‘반딧불이(반디)’를 부르는 다른 말이다.

그런데 반디가 불빛을 깜빡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신기한 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반디의 불빛이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깜빡거린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깜빡이던 불빛이 동료를 따라 박자를 바꾸기도 한다. 반딧불에는 어떤 신호가 숨어 있는 것일까?

2010년 7월 9일자 ‘사이언스’지에는 이런 반딧불에 대한 연구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반디가 불빛 깜빡임을 일치시키는 이유는 ‘종족 보존’ 때문이다. 깜빡이는 불빛을 일치시켜서 자신이 어떤 종인지를 알리고, 자신에게 알맞은 짝을 찾는 신호로 사용하는 것이다.

1.5cm 안팎의 작은 곤충인 반디는 열대와 온대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들은 약 2년 동안 유충으로 지내다가 여름철 몇 주 동안만 날개 달린 성충으로 살게 된다. 반디가 성충으로 사는 짧은 시간 동안 번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자신과 같은 종을 찾는 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 알려진 반디는 약 2,000종이나 되고, 그 안에서 짝짓기가 가능한 상대를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반딧불의 깜빡임이 바로 이 과정에 이용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반디가 자신과 같은 깜빡임 패턴을 보일 때 같은 종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코네티컷대학의 앤드루 모이세프(Andrew Moiseff) 교수와 조지아남부대학의 조나단 코플랜드(Jonathan Copeland)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실시했다.

암컷 반디를 모아서 실험 상자에 넣고, 수컷 반디와 동일한 불빛 깜빡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실험에는 미국 그레이트스모키산맥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반디는 포티누스 카리누스 반디(Photinus carolinus) 암컷과 함께 수컷 반디의 불빛 깜박임을 흉내내기 위해 LED를 사용했다. LED는 같은 종의 수컷 반디가 깜빡이는 패턴을 흉내낸 것과 다른 종의 깜빡임 패턴을 흉내낸 것들을 설치했다.

실험 상자에 있는 암컷 반디 중 82%는 수컷 반디와 같은 깜빡임을 보이는 LED에 반응해 자신의 불빛 패턴을 일치시켰다. 자신과 같은 종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유혹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를 통해 모이세프 교수팀은 반디가 불빛의 깜빡임을 일치시키는 이유가 짝짓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수천 마리의 수컷 반디로 이뤄진 무리가 불빛 패턴을 일치시켜 동시에 깜박이게 되면 넓은 지역에 거대한 불빛 쇼가 펼쳐진다. 이때 암컷 반디는 자신과 같은 종의 수컷 반디가 있는 지역을 알게 된다. 수컷 반디 근처로 간 암컷 반디는 불빛 깜빡임을 통해 유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침내 짝짓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모이세프 교수에 따르면 특정 암컷 반디가 다른 종의 수컷 반디의 깜빡임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3%의 암컷 반디는 다른 종의 불빛 깜빡임에 반응했다. 하지만 이때 암컷 반디의 목표는 짝짓기의 대상을 찾는 게 아니라 먹이를 찾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른 곤충들은 짝을 찾기 위해 냄새나 소리를 이용한다. 하지만 밤에 활동하는 반디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빛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불빛이 어떤 패턴으로 깜박이는지, 또 얼마나 강한 빛을 내는지가 모두 정보가 돼 자신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반디가 다양한 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산화질소 때문이다. 반디의 배 부분에 있는 발광체는 산소를 소비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와 맞붙어 있다. 그런데 반디의 발광체에 들어 있는 루시페린도 산소를 사용해야 빛을 낼 수 있어 평소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사용할 때 반디는 빛을 내지 못한다.

산화질소는 미토콘드리아와 발광체의 산소 소비를 조절해 반디가 불빛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발광체 바로 옆에 있는 효소에서 산화질소가 만들어지면 미토콘드리아가 활동을 중단하고, 발광체로 산소가 공급돼 빛을 내게 된다. 이런 과정이 1,000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반디가 다양한 불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잘 통하는 사람들을 두고 ‘눈빛만 봐도 안다’는 표현을 쓴다. 반디의 경우로 바꿔 생각한다면 ‘불빛만 봐도 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올 여름에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람들과 함께 반짝이는 반딧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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