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3(Star Wars: Episode III)’을 보면 다스 베이더(아나킨)의 아내인 공주 파드메가 쌍둥이(루크와 레아)를 낳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의사를 대신하는 로봇이 생체 활력을 체크하고 약물을 주입하며 출산을 도울 뿐이다. 이렇게 로봇 손에 태어난 루크는 나중에 악의 무리 수장이 된 다스 베이더와 대결하게 되고, 다스 베이더는 결투 중 루크에게 명대사 ‘내가 네 아빠다(I’m your father)’란 말을 하게 된다. 엉뚱하지만 ‘네가 로봇 손에 태어났어도 아빠는 로봇이 아니라 나다’라는 말을 원망을 섞어 한 것이 아닌가란 상상을 해본다.

먼 미래엔 로봇이 아이를 받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 될지도 모른다. SF영화 한 장면만 보고 비약적인 상상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상상이 무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학 발전이 빠르다.

최근에는 혈관을 따라 움직이면서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는 지름 1mm, 길이 5mm 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이 개발됐는데, 이 소식을 들으니 1987년에 개봉한 멕 라이언 주연의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당시 획기적인 SF영화였던 이 작품은 소형 잠수정을 타고 혈관을 통해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발을 통해 사람이 타는 잠수함은 아니지만 몸속을 돌아다니는 로봇은 실현된 셈이다.

현재 개발된 마이크로로봇은 작은 드릴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자기장으로 방향을 조절해 혈관의 혈전을 제거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은 약물로 녹이거나 긴 와이어(철사)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식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마이크로로봇의 기술이 더 개선이 된다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된다.

로봇은 산업계에서 이미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주는 로봇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오차 없이 정확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장점들이 의료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의료용 로봇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다빈치 로봇이다.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이 로봇은 수술용 콘솔에서 의사가 조작하는 대로 작동해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심지어 의사의 손 떨림까지 보정하기 때문에 ‘외과 의사는 나이 들면 손이 떨려 수술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다빈치 로봇은 전 세계에 1,187대나 판매됐고, 국내에도 28대가 들어와 사용되고 있다. 또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 상처가 작고 출혈 같은 부작용이 적어 입원 기간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된다.

다빈치 로봇 말고도 다양한 의료 로봇이 있다. 고관절과 무릎관절을 인공 관절로 대체할 때 보조물과 뼈 사이의 접촉률을 높이는 데 쓰이는 로봇 로보닥(RoboDoc)도 유명한 의료용 로봇이다. 이 로봇은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인 윌리엄 바거(William Bargar)가 IBM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개발했는데, 외과 의사가 수작업으로 작업할 때 20%에 불과하던 보조물과 뼈 사이의 접촉률을 97%까지 끌어 올리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보닥과 비슷한 역할의 토종 의료용 로봇인 아스로봇(ArthRobot)도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윤용산 교수와 충북대 의대 원중희 교수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그리스어 관절(arthro))과 로봇이란 단어가 합쳐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형외과 관절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이다.

캡슐 내시경도 의료 로봇 분야에서 뺄 수 없는 훌륭한 로봇이다. 현재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가 가진 단점은 입이나 항문을 통해 관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인데, 검사의 정확성은 좋지만 환자에게 큰 불편을 주고 소장을 검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 개발된 삼키는 캡슐 내시경은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있어 음식이 지나가는 위와 소장, 대장을 연속해서 촬영해 무선으로 영상을 전달해 준다. 이 내시경은 지름 11mm, 길이 26mm, 무게 3.7g이다.

이 캡슐 내시경은 원래 미사일 유도에 필요한 전자 눈 장치(electro-optical image device)를 개발하던 무기 개발 연구자가 소화기 내과 의사와 이야기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소형 미사일을 만들면, 사람이 이 미사일을 삼켰을 때 미사일 눈으로 내부 장기를 볼 수 있고 이 사진을 밖으로 보내는 검사 장비로 쓸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캡슐 내시경은 아직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다. 캡슐이 무작위로 사진을 찍다 보니 실제 병이 있는 부위를 놓칠 수 있고, 병변이 발견될 경우 다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캡슐 내시경은 위장관 전체에 병변을 가지는 몇 가지 질환과 원인이 불명확한 위장관 출혈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의료용 로봇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환자 치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침습(수술 부위가 작고, 덜 아프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원격 조언(telementoring), 원격 수술(telepresence surgery)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다빈치 로봇은 해외에 있는 환자를 국내 의사가 수술할 수 있고, 캡슐 내시경은 환자가 약속한 날에 집에서 먹고 검사 결과는 의사가 병원에서 할 수도 있다.

셋째, 기술의 발달로 더 작게, 더 편리하게 개선되고 있다. 현재 삼키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캡슐 내시경이나, 혈관을 타고 다니는 마이크로로봇의 기술 개선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넷째, 아직 의사(doctor)의 의학적인 의사 결정(desicion making)을 대신하는 인공 지능이 로봇에 적용되고 있지는 않고 의료용 로봇 대부분은 의사의 진료 및 수술에 도움이 되는 보완재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워즈의 로봇의사를 당장 기대하긴 이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 속도가 항상 기대보다 빠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건데, 의사 로봇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다.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인공 지능을 가진 알고리즘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도는 수술과 처치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 : 양광모 코리아헬스로그 편집장/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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