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 아이슬란드의 한 화산이 수개월 동안 마그마를 뿜었다. 이 사건으로 유럽은 항공대란을 겪었고, 각국의 화산활동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우리나라의 백두산에 학자들의 시선이 몰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백두산은 불과 1,000년 전에 폭발해 남한 전체를 1m나 덮을 수 있는 분출물을 내놓았던 활화산이다. 당시 있었던 초대형급 폭발로 백두산은 약 100㎦의 분출량을 내놓았고, 이후에도 6번 이상의 소규모 폭발을 했다. 이 사실에 보태 백두산이 2015년 전후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견해가 나오자 우리사회에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학계의 전문가들은 백두산 폭발 시기를 섣불리 예견하는 것을 우려한다. 백두산 화산의 폭발 시기를 단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적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국경분쟁지역이라 중국 당국은 백두산에 관한 사소한 관측정보도 우리나라 과학자에게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백두산 폭발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이에 우리나라의 백두산 활동 관련 부처와 전문가가 2010년 6월 28일에 이 문제에 관한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2002년 6월부터 무려 5년 간 빗발쳤던 화산지진은 백두산 폭발의 전조현상으로 의심된다. 당시 백두산 근처에는 심한 경우 한 달에 250회 정도의 화산지진이 일어났고, 이는 북한과 중국 당국을 긴장시켰다. 북한 당국은 2007년 남한 정부에 백두산화산 남북공동연구를 추진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백두산1
<10세기 백두산 화산 폭발시 쌓인 화산재 분포와 두께를 나타낸 그림(Machida and Arai (1992)를 재편집). 당시 백두산 화산재가 멀리 일본 동북지방에 날려가 약 5cm의 두께로 쌓였다. 서기 915년에 일본 토와다 화산분화로 쌓인 화산재층위에 호수퇴적물이 덮여있고, 다시 그 위로 백두산 화산재가 덮여있다. 자료제공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해 1,000년 전 화산분출량의 20% 정도인 20 규모로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북한의 함경도 전역과 중국 길림성-흑룡강성 남부가 혹독한 화산재해지역이 된다.

화산의 폭발로 방출된 화산진(aerosol)과 화산재, 화산력, 화산암괴 등의 화산쇄설물이 기습하고 이 영향으로 산불과 화재, 홍수, 산사태가 일어나 가옥과 마을이 매몰될 것이다. 또 도로와 철도, 댐이나 송전시스템 등의 기간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화산가스에 섞여있는 유독물질이 대기와 물을 오염시켜 주민들이 호흡기질환 등의 질병을 앓게 될 수 있다.

또한 화산재해지역의 산림과 경작지의 파괴가 도미노 작용을 일으켜 북한은 오랫동안 극심한 식량수급난을 겪을 수 있다. 에너지 자원이 집중된 함경도 광산들의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도 있어 설상가상 북한경제에 치명상을 초래할지 모른다. 결국 이러한 화산재해는 대량 탈북행렬로 이어지고, 마침내 동북아 일대까지 대혼란을 주게 되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의 분화 기간 중 북한 함경도와 중국 길림성-흑룡강성, 러시아 연해주와 동북일본-북해도 일원의 영역을 통과하는 항공로가 폐쇄되면서 동북아 경제권에도 혼란을 주게 될 것이다. 또 화산진은 성층권으로 솟아 2~3년간 대기 중에 머무는데, 태양광을 반사시켜 일사량을 감소시켜 지구촌의 농작물 작황도 떨어뜨릴 수 있다.



<백두산 천지 직하부 약 5km에서 관측된 천부지진 횟수. 천지 아래 약 10km 하부에 위치한 백두산 마그마가 요동치면서 천부지진을 일으켰다고 해석된다. 2002년 6월 28일 규모 7.3의 심부지진(적색 별) 직후부터 지진의 횟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미루어, 심부지진이 백두산 마그마를 요동시켰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에는 보통 화산지진이 빈발하고, 화구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등의 전조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화산지표를 꾸준히 관측하는 것만으로는 극히 단주기적인 예측확률을 높일 뿐이다. 최근에는 IODP(국제통합해양시추프로그램)와 ICDP(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와 같은 국제과학시추연구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화산이나 지진 같은 지질재해예측분야에 발전을 이뤘다.

그렇다고 해도 화산 폭발 규모와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백두산의 경우에는 마그마의 양과 마그마 내 가스압 변동, 천지화구 아래의 취약한 암반과 단층-균열구조, 20억톤의 천지 담수와 마그마의 물리화학적 연동, 태평양판의 섭입에 따른 심부지진(심도 약 500~600km) 트리거(방아쇠) 효과 등의 요인이 복잡하게 연계돼 있다.

그래서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최적의 배열을 갖는 지표관측 지역과 지하심부시추공으로 관측할 지역을 찾아내야 한다. 심부시추공은 지하심부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에 가까운 다양한 물리화학 변화량을 관측할 수 있다.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든 백두산 화산 수치모델에 이런 자료를 지속적으로 입력하고, 설계한 모델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면 화산분화 예측 성공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정부와 민간차원의 종합 대책(법령관계, 예산확보, 부처별 단계별 대응안, 유사시 방재책 등)은 이 연구에서 얻은 유력한 재해시나리오와 재해도를 근거로 꼼꼼히 세워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1973년부터 2010(가로축)까지 백두산 동측에서 규모 4.5이상 심부지진에 의해 발생한 에너지(세로축)로써, 37년동안 규모7 이상의 심부지진이 4번 일어났음을 알고 있다. 황색 막대의 길이는 1945년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로서, 지난 2002년 6월 28일(적색 별) 발생한 지진은 히로시마 원폭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 자료제공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두산 화산폭발은 그 규모에 따라 우리민족에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화산폭발의 확률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백두산 화산폭발 재해대비에 대해 ‘설마’하는 안이한 태도는 물론이지만,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지나친 공포심을 갖는 것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과학은 화산 재해를 막을 수도 없고, 이에 대비한 완벽한 해결책을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화산 재해로 인한 인류의 피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백두산 연구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국내 전문가와 관련 분야의 경험이 많은 해외 전문석학들의 지속적인 협력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글 :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주1)중국은 우리역사의 동북공정과 함께, 중국 단독으로 백두산(중국명 장백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실시간 화산관측시스템을 갖춘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과학자들의 왕성한 연구로 국제사회에서 장백산이란 명칭이 백두산보다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동해물과 장백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준 부끄러운 세대로 기록될지 모른다.

*(주2)서기 63년 베수비오스산 화구로 화염이 솟구쳐 올랐으나 당시 그 경고는 마치 신들이 선물한 불꽃놀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서기 79년 화산이 큰 폭발(분출량 약 8㎦)을 일으켜, 폼페이-헤르클라네움 일원에 적어도 2만의 인명이 한순간에 화몰(火沒)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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