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으로부터 고도 3만 5,786km를 도는 인공위성의 궤도는 매우 독특하다. 이곳에서는 인공위성이 지구를 1회전하는 궤도주기가 지구의 자전시간과 교묘하게 같다. 인공위성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으려면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궤도를 돌아야 하는데, 지구와 멀어지면 그만큼 중력도 약해지므로 속도가 조금씩 느려져도 되기 때문이다. 위성의 궤도주기가 점점 느려져 지구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비행할 수 있는 높이가 바로 고도 3만 5,786km인 정지궤도(지구동기궤도)이다.

지구의 어느 한 상공에서 인공위성을 24시간 고정시킬 수 있다면 경제적 효율성도 매우 높아진다. 지속적이고 고정된 역할이 필요한 통신이나 방송, 기상위성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궤도인 것이다. 그래서 우주개발초기부터 이 궤도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 궤도에의 접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수백km를 도는 저궤도 위성은 발사 후 곧바로 궤도에 진입하지만 고도가 매우 높은 정지궤도에까지 위성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2주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정지궤도위성은 발사체에 의해 천이궤도라 불리는 정지궤도에 이르는 긴 타원궤도에 먼저 투입되고, 이후에 원형에 가까운 정지궤도로 들어간다.

2010년 6월 27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천리안의 경우 아리안-5ECA의 2단 엔진에 의해 천이궤도에 투입됐다. 아리안-5ECA는 분사속도가 가장 빠른 액체수소-액체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하는 최고 성능의 극저온엔진을 사용해 발사체만으로도 천이궤도 투입에 필요한 충분한 속도를 낼 수 있다.

인공위성이 천이궤도의 가장 먼 지점에 들어서게 되면 위성에 설치된 원지점(遠地點) 엔진을 이용, 3회 정도 분사해 다시 원형궤도인 표류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 엔진은 나로호의 2단인 킥모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킥모터는 고체 추진제 로켓으로 근지점(近地點)에서 작동하는 반면, 천리안에 설치된 로켓 엔진은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며 원지점에서 작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원지점 엔진은 궤도 투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번 나뉘어 작동하므로 매우 신뢰성이 높은 엔진이어야 한다. 이에 천리안에 설치된 원지점 엔진은 점화가 쉽게 이루어지는 추진제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점화되는 단일메틸하이드라진과 사산화질소를 사용하고 있다.

추가적인 힘을 사용한 천리안은 천이궤도 다음에 정지궤도에 가까운 궤도인 표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표류궤도는 보다 정확한 지점으로 찾아가기 위해 위성이 떠돌아다니는 궤도를 말한다. 이곳에 진입한 천리안은 지구에서 봤을 때 하루에 약 1~3도 정도 이동할 수 있는 속도로 움직이며 최종 목적지인 동경 128.2도를 찾아가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되는 정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매우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정교한 발사체가 요구된다.

정지궤도는 접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위성 간 전파 간섭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여기에 투입될 수 있는 위성의 숫자가 제한돼 있다. 따라서 이렇게 귀한 정지궤도 위치와 주파수에 관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능이 함께 있는 멀티플레이어형 복합위성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항공 운항 제어와 기상의 임무를 함께하는 일본의 MTSAT, 기상관측과 텔레비전 중계 및 통신을 함께하는 인도의 INSAT 등이다. 천리안도 통신과 기상, 해양 관측을 동시에 하는 정지궤도 복합위성이다.

하지만 이런 복합위성을 제작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위성 탑재체가 작동하는 환경이 서로 상반되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통신 탑재체는 열을 많이 발생시키는 반면 적외선 관측이 필요한 기상 탑재체는 저온의 상태가 유지돼야만 한다. 태양전지판이 있는 위성은 보통 2개의 태양전지판을 날개처럼 펼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태양열 반사에 의해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천리안에서 기상 탑재체가 있는 쪽은 태양전지판이 설치되지 않았다.

보통 안테나만 있는 통신위성의 경우 지상의 지향 정밀도가 ±0.15도이지만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기상위성의 경우 지향 정밀도가 ±0.00052도나 되어야 한다. 이런 지향 정밀도로 인해 기상 관측이 이루지는 동안 위치유지기동이나 태양전지판 회전은 제한된다. 위치조정을 위해 추력기를 사용할 경우 분사가스가 카메라의 시야를 가리게 되거나 태양전지판을 움직이게 되면 역시 카메라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보통 기상위성이 15분이나 30분 정도에 한 번 사진을 전송하는 이유도 위성용 카메라를 운영하면서 위성 자체에 필요한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위성용 카메라는 고화질을 위해 지역을 스캔하듯이 매우 작은 구역으로 나누어 찍느라 시간이 필요하고, 또 위성에 꼭 필요한 위치유지기동이나 태양전지판 회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천리안의 경우 위험기상이 발생할 경우 이런 휴식시간을 줄여 8분 단위로 촬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위성의 수명에도 차이가 난다. 통신 위성의 경우 12~15년 정도로 매우 긴 편이지만, 기상위성의 경우 관측을 위한 구동장치들이 마모되기 때문이 보통 5~7년으로 통신위성의 절반정도이다.

천리안의 경우 각 탑재체마다 운영하는 주체도 다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운영센터를 중심으로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는 기상탑재체를, 한국해양연구원의 해양위성센터는 해양 탑재체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통신시험지구국에서 통신 탑재체와 교신하며 보내오는 정보를 각각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마치 한 지붕 4가족인 셈이다.

통신 탑재체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한 위성 HDTV나 3DTV 등의 전송기술 등을 검증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 또 해양 탑재체는 하루 8차례 한반도 주변의 해양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해양탑재체가 정지궤도 위성에 설치된 것은 천리안이 세계 최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토해양부, 기상청이 천리안이란 공동우주주택을 마련하는데 3,500억원을 지불했다. 천리안이 무사히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국산기술로 개발된 통신 탑재체를 위성에 실어올린 세계 10번째 통신위성 자체 개발국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기상위성을 보유한 위성강국이 된다. 천리안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보자.

글 :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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