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상청에서 조사한 한반도 지진 발생 수는 60건이었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나온 최고 수치다. 그런데 2010년 3월에는 벌써 12차례의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2월 초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금껏 수도권에서 일어난 것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지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진에 잘 견디는 건물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에 견디는 건물의 설계 방법은 크게 내진(耐震)ㆍ면진(免震)ㆍ제진(制震)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진은 지진을 구조물의 내력으로 감당하는 개념이고, 면진은 지진력의 전달을 줄이는 방법, 제진은 지진에 맞대응을 하는 능동적 개념이다.

우선 내진의 핵심은 철근콘크리트벽으로 건물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옛말도 있듯이 지진으로 건물에 금이 가거나 파괴돼 나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람들이 대피할 정도의 시간을 벌어주는 지연 효과 정도만 있는 것이다.

면진은 지진을 면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 흔들리는 땅과 건물을 분리 시켜, 그 사이에 진동 완충장치로 볼 베어링이나 스프링, 방진고무 패드를 설치해 건물의 흔들림을 보다 적게 하는 것이다. 긴 주기의 지진파는 약하다는 성질을 이용해 건물의 진동주기를 길게 만드는 것이다. 지반과 건물의 연결부에 구조물을 삽입해 건물의 고유진동주기를 강제적으로 늘리면 지진의 강주기 대역을 피할 수 있다.

사실 현재의 면진방법은 건물과 땅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땅과 건물이 만나는 면을 최소화한 것이다. 건물과 땅이 완전히 분리만 된다면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건물이 공중에 떠 있지 않는 이상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밖에 액체가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건물을 배처럼 띄워서 짓자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1921년 일본 제국 호텔 건축 당시 건축부지는 무른 땅이었다. 일본 관계자들은 지진에 안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건축을 반대했다. 그러나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땅이 무르면 진동을 흡수해 더 안전하지 않은가? 건물이 반드시 땅에 고정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물은 떠 있으면 안 되는가?"라며 역설했고, 그의 주장은 제국 호텔이 1923년 일본 관동 대 지진을 견디어 냄으로써 입증됐다. 그러니 배처럼 떠있는 건축물도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지진이라는 적의 공격에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내진이나 면진은 수동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여 지진의 진동에 반대방향으로 건물을 움직이도록 하는 능동적인 방법도 있다. 이를 제진이라 한다.

제진은 진동의 반대방향으로 건물을 움직여 지진의 충격을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즉, 구조물에 입력되는 지반진동과 구조물의 응답을 계산해 이와 반대 방향의 제어력을 인위적으로 구조물에 가하거나, 입력되는 진동의 주기성분을 즉각적으로 분석해 공진을 피할 수 있도록 구조물의 진동 특성을 바꾸는 것이다.

제진은 힘을 발생시키느냐 감소시키느냐에 따라 소극적 방법과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진동이 발생하면 건물에 부착된 무거운 물체나 물이 건물의 진동주기와 같은 주기로 흔들려 진동을 제어하는 방법이 소극적 제진 방법이라면, 진동이 발생하면 센서를 통해 컴퓨터에 전달되고 컴퓨터가 건물에 부착된 무거운 물체를 액츄에이터(actuator)로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이 적극적 제진방법이다.

따라서 설계자는 건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의 세 가지 방법을 건물의 층수ㆍ용도(전망대 탑 또는 다리)ㆍ구조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다양한 내진설계 방법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서울에 내진설계가 된 곳은 현재 10%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처음 내진설계가 도입된 1988년 이후로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이상 건축물에만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지진이 나면 지진파 주기가 짧은 저층 건물에 더 큰 피해가 간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2010년 1월 25일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을 1~2층 건물도 포함하는 등 사실상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내진설계 강화의 흐름은 비단 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내진기술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월 7일에 한국기술표준에 등재된 내진용 ‘열간압연 H형강’은 기존 강재에 비해 구리, 니켈, 몰리브덴 등의 성분을 늘려 내진 성능을 향상시켰다. 또 지진 발생 시 기둥이 아니라 보부터 서서히 붕괴하도록 유도해 피해 규모를 훨씬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기존 건축물에 내진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기존 기둥과 보로 구성된 건물의 여러 층에 특별한 구조물을 수직방향으로 보강 설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물은 지진 발생 시 바닥과 천장에서 일어나는 충격에너지를 ‘댐퍼’라는 장치를 이용해 벽체 사방으로 분산 흡수시킨다. 이것은 기존의 보강방식에 비해 4~12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방법이다.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대처 방법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지하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대피소가 없다면 건물 밖으로 나와야 하고, 고층 건물이라면 기둥 근처의 책상 밑으로 숨는 것도 방법이다. 내진 기술과 사람들의 준비만 있다면 큰 피해 없이 지진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위 글은 이 2008년 6월 4일자 과학향기, ‘지진에 견디는 건축물의 비밀(글 : 이재인 어린이건축교실운영위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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