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은 전쟁터로 나갈 때 진통제를 소지한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군인들에게 상처 치료보다 더 급한 것은 통증 감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 심하면 상처 때문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쇼크로 죽을 수 있다.

이 사실은 통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모든 통증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배가 아프다는 건 위장 기관이, 다리가 아프다는 것은 다리가 쉬고 싶다는 몸의 신호다.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아픈 부위를 깨닫지 못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질병에 걸리게 될 것이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고통과 유익을 함께 주는 통증은 어떻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통증은 몸의 곳곳에 분포한 ‘통점’이 자극을 받아서 ‘통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할 때 느낀다. 통점을 구성하는 세포의 세포막에는 ‘채널’이라 불리는 세포소기관이 있는데, 이 채널을 통해 세포의 안과 밖으로 여러 물질들이 오가면서 세포 사이에 다양한 신호를 전달한다.

인체의 부위가 손상되면 칼륨이온, 세로토닌, 히스타민 등의 통각 유발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이 채널을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세포는 통증신호를 인식하게 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채널로 치통, 피부염, 관절염 등의 염증성 통증에 관여하는 ‘캡사이신채널’이 있다. 이 외에도 상처를 입었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등 통증의 종류별로 다른 채널이 존재한다.

통점의 세포에서 인식한 통증신호는 통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통각신경이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서 매우 가늘어 신호를 느리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압각이나 촉각 등이 초속 70m로 전달되는데 비해 통각은 초속 0.5~30m정도다. 예를 들어 몸길이 30m인 흰긴수염고래 꼬리에 통증이 생기면 최대 1분 후에 아픔을 느낀다. 실제 우리가 압정을 모르고 밟았을 때 발바닥에 깊이 들어간 다음에야 아픔을 느낄 정도로 통각은 전달 속도가 늦다.

통각신경이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 가는 이유는 더 많이 배치되기 위해서다. 피부에는 1㎠ 당 약 200개의 통점이 빽빽이 분포하는데, 통각신경이 굵다면 이렇게 많은 수의 통각신경이 배치될 수 없다. 이렇게 빽빽이 배치돼야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반면 내장 기관에는 통점이 1㎠ 당 4개에 불과해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폐암과 간암이 늦게 발견되는 것도 폐와 간에 통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통각신경의 느린 속도는 촉각신경이 보완한다. 통증이 일어날 때 대부분 촉각도 함께 오기 마련인데, 우리 몸은 경험을 통해 촉각에 반응해 통각의 느린 속도를 보완한다. 뾰족한 것에 닿았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뗀다던지, 등 뒤에서 누군가 건드리면 휙 돌아보는 것이 좋은 예다.

이렇게 통증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통증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통증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증을 해소하려면 통증이 일어나는 여러 단계 중 한 부분을 차단하면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은 척수나 뇌 같은 중추 신경에 직접 작용해서 통증을 완화한다. 하지만 모르핀은 중독성이 있고 과다하게 사용했을 경우 중추신경계가 마비될 수도 있다.

따라서 통각신경세포가 받은 자극을 신경신호로 바꾸기 전에 애초부터 통증을 차단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다. 캡사이신 채널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서울대 오우택 교수는 캡사이신채널을 여는 역할을 하는 불포화지방산 ‘12-HPETE’이 진통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 진통제 ‘PAC20030’을 개발했다. 이는 캡사이신채널이 열리는 과정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통증을 막는다.

이 방법은 통증을 일으키는 채널에 직접 작용하는 만큼 선별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캡사이신채널을 막으면 치통, 피부염, 관절염 등의 염증성 통증을 막을 수 있고, 열 자극에 작용하는 채널을 막으면 화상으로 인한 통증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중추신경에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중독 · 마비 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통증을 막는 또 다른 방법 중에 특이한 것은 ‘문 조절 이론’(gate control theory)을 이용한 것이다. 이 이론은 굵은 촉각신경으로 전달된 촉감이 가느다란 통각신경으로 전달되는 통각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즉 촉각이 세지면 통각신경을 더 많이 방해하므로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경피성 전기 신경 자극’(TENS)은 촉각신경에 전기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 통각신경을 억제해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장치다.

사실 우리 몸도 ‘엔도르핀’이라는 진통제를 가지고 있다. 엔도르핀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나, 출산이 가까워졌을 때 분비된다. 운동에 집중할 때 발목이 삔 것을 잊는다던지,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어도 아픔을 못 느끼다 병원에 와서야 느낀다던지 하는 것은 모두 엔도르핀의 작용이다.

통증은 우리 몸이 주는 경고 신호이니만큼 아프다고 마냥 싫어할 일만은 아니다. 통증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몸을 좀더 소중히 하는 것은 어떨까.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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