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26.7%를 차지한 암이다. 암은 사망원인 통계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후로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673명이 생을 마감하는데 그 중 179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또 매년 12만명이 새롭게 암환자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암은 심혈관 질병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은 의학·과학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분야다. 웬만한 생명과학 연구과제는 암과 연관을 맺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연구결과 중 상당수가 “암 치료하는 단백질” “나노로봇으로 암 치료”하는 식으로 암을 언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과연 암을 감기처럼 쉽게 취급하게 될 날은 언제쯤 올까?

먼저 암에 대해 이해하자. 사실 암이란 하나의 질병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약 200개의 질병이 ‘암’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암세포’로 말미암아 생긴 질환이라는 점이다. 그럼 암세포란 무엇인가? 암세포는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세포다. 정상세포가 특별한 이유로 바뀌어 암세포가 된다.

일반 세포는 성장을 엄격하게 조절 받기 때문에 수십 번 분열하고 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일반 세포의 DNA에는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을 멈추게 하는 부분이 없어지거나, 성장을 빠르게 하는 부분이 여러 번 중복되면 세포의 성장은 브레이크를 없애고 액셀러레이터를 여러 개 붙인 자동차처럼 빨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부른다. 탄 음식에 많이 든 벤조피렌 같은 화학물질이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같은 세균·바이러스가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도 DNA를 변형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우리 몸에 방어기작이 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있다고 모두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며, 암세포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암세포가 되면 정상 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암세포는 혈관을 늘려 주변의 산소와 양분을 빨아들인다. 성장과 분열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조직 세포의 모양과 임무는 잃어버리고 오직 성장만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다른 세포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일반 세포와 달리 주변 세포를 잠식하면서 성장·분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암세포가 자기 영역을 넓혀 덩어리 모양으로 된 것이 ‘종양’이다. 암세포 하나가 눈에 띄는 지름 1cm 정도의 종양으로 자라려면 5~1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안에는 보통 10억개의 암세포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런 종양 중에서 다른 조직으로 퍼지지 않는 것이 ‘양성종양’,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것이 ‘악성종양’, 즉 암이다.

그럼 암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기본 전략은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이다. 세포는 약품, 방사선 등 여러 방법으로 죽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정상 세포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때 일반 세포와 다른 암세포의 특징은 암을 정복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지표가 된다. 다른 곳에서는 녹지 않다가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만 녹아 안에 든 치료약이 흘러나오도록 하는 캡슐이라든지, 암세포만 태워 없애는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 등이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KAIST 정종경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암을 정복하는 기본 전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연구다. 바로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당뇨병, 비만에 관련된 ‘AMPK’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키자 대장암세포가 변해 미세돌기가 생기는 등 정상 세포로 바뀌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 5월 8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AMPK 효소는 세포 구조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가 원래 연구하던 분야는 초파리였다. AMPK 효소가 없는 초파리에서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 방향을 급전환했다. 그리고 사람의 암세포에 AMPK 효소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다. 이는 효소가 대사에만 관여한다는 기존 생각을 깬 연구 결과로 앞으로 새로운 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암이 발생하기 전에 아예 싹을 없애는 연구도 활발하다. 암세포가 종양이 되기 전, 세포 단계에서 발견하고 없애겠다는 것이다. 가장 각광받는 방법은 CT/PET장비다. CT/PET장비는 컴퓨터단층촬영술(CT)과 양성자방출 단층촬영술(PET)이 결합된 장비다. 포도당유사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몸에 주사하면 포도당 대사가 활발한 암세포에 포도당유사체가 집중적으로 모인다. 이때 전신을 CT/PET로 촬영해 암세포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포도당 대신 DNA의 원료인 티민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도 된다. 암세포는 매우 활발하게 세포 분열을 하기 때문에 DNA 원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 정복은 어디까지 왔을까? 세계보건기구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있고, 3분의 1은 아직 정복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은 암을 66.6%나 정복한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도 빠른 시간 안에 과학의 힘으로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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